ADVERTISEMENT

노무현 연구소 터에서 출마선언한 ‘우광재’…"盧의 역전극 재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조 친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대통령 출마선언 행사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2021.5.27 오종택 기자

'원조 친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대통령 출마선언 행사에서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2021.5.27 오종택 기자

“2030에게 ‘광재형’으로 불리는 것을 영광으로 알겠다.” 

이광재(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민주당 내에선 박용진 의원, 양승조 충남도지사에 이은 3번째 대선 도전 선언이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가진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꾸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으로 20대 대선에 도전한다”며 “시대교체·세대교체·선수교체의 삼박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대선 주자군 중 박용진(50) 의원 다음으로 젊고, 지지율 1위인 이재명(57) 경기지사와 한 살 차이다.

친노 적자(嫡子)의 등장

이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다. 이날 “경제의 시작과 끝도 사람, 정치의 시작과 끝도 사람”이라며 “빽 없고, 힘없는 국민들에게 가장 든든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통합을 향한 절절한 마음을 기억하고 그 절실함을 잊을 수 없다”며 “통합은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지만 너무 절실한 과제다. 남남대전(南南大戰)의 국가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라고도 했다.

이어 “경제와 외교가 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 혁명이 그 시작”이라며 “캠프 정치, 전리품 정치의 시대를 끝내겠다”,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 및 중점 과제만 수행하고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자. 선거구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벤처와 IT(정보통신)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회가 넘치는 나라를 꼭 만들고 싶다. 대한민국을 창업국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외교와 관련해서는 “대한민국을 주요 7개국(G7)을 넘어 G5로, 나아가 G3로 이끌어야 한다”며 “남북협력을 통해 구심력을 확보하고, 한·미동맹을 기초로 중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1996년 3월 노점에서 음식을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 노점에서 음식을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출처=노무현사료관

1996년 3월 노점에서 음식을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 노점에서 음식을 시식하며 상인의 이야기를 듣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출처=노무현사료관

이날 출정식이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건물은 노 전 대통령이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들었던 곳이다. ‘노무현의 오른팔’이던 이 의원은 ‘왼팔’로 불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과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2002년 대선 승리의 토대를 닦았다. 이날 행사에는 이낙연·정세균·김두관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과 이해찬 전 대표가 참석해 이 의원을 격려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축사에서 “이광재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아주 결정적 역할을 한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2%→5% 도약 가능할까

“이인제 대세론을 뚫고 파란을 일으켰던 2002년 노무현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게 이 의원 측의 희망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2%대다. 이 의원의 희망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아직 회의적 시선이 다수다.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이 의원의 비전은 노 전 대통령 못지 않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이력 등 약점이 적잖고 지역 기반도 노 전 대통령보다 취약하다”며 “5%를 넘기느냐가 1차 관문이 될 것”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미진’이라고 하던데 ‘미진형’이 되는 게 꿈”이라며 “(나는) 뼈아픈 시간도 많았고 절망의 시간도 많았다. 반드시 겸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2010년 강원도지사가 됐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유죄 판결로 6개월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던 그는 10년 만에 도전한 지난해 총선에서 다시 강원도민(원주갑)의 선택을 받았다. 처가가 부산인 이 의원은 지난 4·7 재·보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부산에 상주하며 “못 다 이룬 노무현의 꿈”을 외쳤다. 선거엔 패했지만 PK지역에 일정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동지인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을 필두로 PK 지역 민주당 의원 6명 중 3명(박재호·김정호)이 이 의원을 돕기로 했다. 강원도(원주을)의 송기헌 의원과 인천(남동갑)의 맹성규 의원도 이 의원 쪽에 섰다. 이 의원은 출마 선언 앞두고 김경수 경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를 잇따라 만나 정책 협력을 약속했다.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대선 출마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27 오종택 기자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대선 출마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5.27 오종택 기자

그는 이날 회견에서 학교 주변에 주거와 돌봄시설을 구축하는 ‘학교 아파트’, 대학과 주거단지와 기업을 연결하는 ‘대학 도시’, 신설역세권·절대농지를 국가가 비축하자는 ‘토지 공공비축재’ 등 새로운 제안을 쏟아냈다. 풍부한 미래 비전은 이 의원 측이 믿고 있는 차별화 포인트다. 정치를 할 수 없던 기간 이 의원은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에서 정책 비전을 갈고 닦았다. 그는 “10년 동안 방랑이라면 방랑, 공부라면 공부를 했다. 전 세계 많은 나라도 가봤다”고 말하곤 한다.

정계 복귀 후 아이디어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공적 마스크 배급 체제 구축을 건의해 수용됐다. 디지털 집현전ㆍ데이터댐 등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 상당 부분도 이 의원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전재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광재는 기술혁명, 창업국가, 혁신성장에서 당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은 사실상 이광재·이재명 양강 구도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