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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秋·尹갈등, 盧라면 틀림없이 직접 만나 뭐라 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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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치 언박싱(unboxing)’은 여의도 정가에 떠오른 화제의 인물을 3분짜리 ‘비디오 상자’에 담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치권의 새로운 이슈, 복잡한 속사정, 흥미진진한 뒷얘기를 ‘3분 만남’으로 정리해드립니다.

이광재(5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간 『노무현이 옳았다』를 “정책을 강조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책 제목으로 ‘(너는) 정치하십시오, (나는) 정책 하겠습니다’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 출간에 쏠린 시선은 저자 의도와 반대로 이광재표 정책보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 집중돼있다. 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에 기시감을 느끼는 여권에서 ‘제3 후보론’이 나오고 있어서다.

최근 홍영표 의원은 이 의원을 잠재적 제3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했다. 이 의원은 “나는 자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함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제껏 정책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책 출간 의도는.
부제인 ‘미처 만들지 못한 나라’가 사실상 제목이다. 유배 10년을 끝내고 돌아와 정치를 다시 하면서 ‘나는 어디에서 출발하게 될 건가’라고 스스로 물었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행적이 옳았다, 글렀다는 게 아니라 노무현의 사상적 측면이 옳았고, 내가 답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로 출간한 책 '노무현이 옳았다' 표지 모습. 이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의원실 제공.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새로 출간한 책 '노무현이 옳았다' 표지 모습. 이 의원은 "올해 초부터 집필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재 의원실 제공.

복지·민주주의뿐 아니라 정보기술(IT)·교육·외교·경제 등 내용이 광범위하다.
국회 상임위(기획재정위원회)에서 누가 ‘이광재가 10년 동안 놀지 않았구나’ 이런 얘기를 하더라. (웃음) 그간 청와대에도 있었고, 국회에도 있었고, 도지사도 했다. 또 10년 동안 방랑이라면 방랑, 공부라면 공부를 했고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 세계 많은 나라도 가봤다. 여시재에서는 학자·공무원·기업인·언론인·외국인 등을 만났다. (책을 통해) 국가설계가 필요하다는 담론을 던지고 싶었다.
여시재와는 여전히 교류하나.
21대 총선에 출마하고 난 뒤로 못 한다. 이사직도 그만뒀고 이젠 공식적 연이 없다.

이 의원은 여시재 원장이던 지난해 5월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꿈이 없다. 시대정신이 없다. 3·1절 복권 대상에서 제외됐을 때 기뻐했다”고 정치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그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되자 21대 국회에 입성해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을 “권력의 정점에서 차가운 바닥에 떨어져 본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라고 표현했다.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1대 국회에 처음 와서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법안과 예산으로 만드는 일에 힘을 쏟았다. 지금부터는 그 정책이 정치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할 생각이다. 그래야 정책이 현실이 된다.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치는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건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은 안하고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운하 기자

이 의원은 인터뷰에서 "정치는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건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은 안하고 권력투쟁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운하 기자

‘제3후보론’에 대한 호응인가.
‘대권’이란 말을 싫어한다. 과거엔 호기로운 시절이 있었다. 2010년 최연소(45세) 도지사가 됐을 때 안희정·김부겸·김영춘·김두관·송영길 등에게 연락해 모이자고 한 뒤 ‘다음 대통령 선거 경선에 일제히 다 나가자’고 말했다.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만들자. 우리 중 누가 되어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거 아니냐’는 제안이었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 보다는 나라의 기운 자체를 바꾸는 게 더 의미 있다. 그런 면에서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부족함이 많다는 걸 잘 안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항소심 유죄를 어떻게 받아들였나.
너무 가슴 아프다. 김 지사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들어올 때 내가 일종의 신원보증인 역할을 했다. 그가 대통령 선거에 나오면 정말 아낌없이 도울 생각이었다. 본인에게 출마 권유도 여러 번 했다.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몇 차례나 얘기했는데….

이 의원은 원조 친노로 꼽힌다. 한때 ‘좌희정·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했다. 『노무현이 옳았다』는 1988년 봄 23살의 이광재가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나를 역사발전의 도구로 써 주세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첫마디를 소개하며 이 의원은 자신도 ‘역사발전의 도구’가 되겠다고 책에서 밝혔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틀림없이 뭐라고 했을 거다. 아마도 당사자에게 직접. 어쨌든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고 법무부 장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도) 마음은 속이 많이 타지 않을까. (다만) 문 대통령 스타일 자체가 법의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조금 빨리 했으면 훨씬 좋았을 거다. 국회가 공수처 논의를 빨리 끝내고 다음 담론으로 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추천했던 김경수 전 검사 같은 사람으로 (공수처장을) 합의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옛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국민의힘이 추천한 공수처장 후보 중 한명이었다. 2018년 자신과 동명이인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특검 조사를 받을 때 변호를 맡는 등 현 여권과도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이광재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유배 10년을 마치고 국회에 돌아왔다. 조광조도 (나처럼) 유배생활을 10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광재 의원이 지난 7월 국회 본회의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관해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유배 10년을 마치고 국회에 돌아왔다. 조광조도 (나처럼) 유배생활을 10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왜 독주한다는 지적을 받을까.
적을 만들어서 내부를 단합하는 건 가장 쉬운 정치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을 때 청와대에 ‘야권의 김성식 의원, 김세연 의원 이런 분들을 장관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잘 안 됐다. 연정, 협치를 할 기회였는데 굉장히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정권이 열성 지지층 ‘문파’만 바라본다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노사모가 모여 일제히 외친 말이 “견제, 견제, 견제”였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그 뒤에 노 대통령이 겪는 아픔을 보면서 ‘세력을 단단하게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지금은 압도적 의석을 가졌으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큰 미래로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 의원은 2시간 인터뷰 내내 “꿈”을 얘기했다. “정치가는 지위보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며 “꿈을 크게 갖고, 덜 싸우고, 모여서 공부를 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광재 의원은 "처가가 부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시장을 하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4.7 재보선을 앞두고 애정은 부산에 더 간다"고 말했다. 여운하 기자.

이광재 의원은 "처가가 부산"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시장을 하고 싶어했었기 때문에 4.7 재보선을 앞두고 애정은 부산에 더 간다"고 말했다. 여운하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눈에 띄는 의원은.
박용진, 박주민 의원도 좋은 자원이고 충청의 강훈식 의원, 부산의 전재수 의원 같은 71~73년생들이 좋은 자원이 될 거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19살 어린 나를 보좌관으로 썼던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해 나도 이제는 후배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유심히 관찰 중이다.
4·7 재보궐 공약 아이디어라면.
부산 바다가 보이는 곳에 미국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야구장(AT&T 파크)보다 아름다운 랜드마크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것도 ‘(롯데) 자이언츠 야구장’이 되겠다. 야구장 한쪽 면을 호텔로 만들어 경기장과 바다를 객실에서 다 볼 수 있으면 어떨까.

이 의원은 만나고 싶은 야당 정치인으로 김종철 정의당 대표와 김세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꼽았다. 꼭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는, 역사를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통합의 나라, 삶의 질 1등 국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내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상가 같다”는 일각의 평에 “몽상가는 좋은 것”이라며 “기존 지도를 가지고는 새로운 대륙을 못 찾는다”는 답을 했다.

심새롬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saerom@joongang.co.kr
영상·그래픽=여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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