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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해외 수출 다시 열리나…모처럼 웃는 두산중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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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만든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이 만든 사용후핵연료 저장용기. 사진 두산중공업

지난해 사업·자산 매각 등 3조 원대 구조조정을 거친 두산이 모처럼 맞은 호재로 한껏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해외원전시장 공동진출 합의문이 발표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새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이전까지 회사 매출의 13~15%를 원전 설비 제작·유지·보수 사업을 통해 거뒀지만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그만큼 사업에 타격을 받아왔다.

한·미 ‘원전 동맹’으로 새동력 #주가 1주일새 15.8% 급상승

미국은 기술, 한국은 시공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제3국 원전 건설 사업 등에 진출할 때 미국은 원천 기술을 제공하고 한국은 이를 구현할 기자재 공급과 시공을 맡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에앞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원전사업 공동참여를 포함해 해외 원전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ㆍ안보ㆍ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입장에선 기술은 있지만 이를 수행할 자국 기업이 마땅치 않아 한국의 건설·보수 기법을 활용할 수 있고, 한국 기업도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미 정상회의에서 양국의 원전시장 공동 진출 합의는 최근 신규 원전을 러시아와 중국이 싹쓸이하다시피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그간 국내에서 탈원전 정책을 펼쳐왔던 정부로서도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최근 언론을 통해 "탈원전을 추진중인 문재인 정부로선 속쓰린 합의였을 것"이라며 "그간 정부가 추진한 해외 수출은 희망 고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원전 수출이 기술과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국방·외교·경제·산업 등이 망라된 국력 대결의 장인테 한국 정부는 부처 지원 없이 한국수력원자력 홀로 뛰게 했다는 것이다.

두산, 2019년부터 미 기업과 수출 준비 중   

두산과 미국 뉴스케일의 공동 소형원전 조감도.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과 미국 뉴스케일의 공동 소형원전 조감도.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한·미 정상회담 뒤에도 말을 아끼고 있다. 정상 회담 이후 정부나 한수원의 실질적인 움직임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해외 수출에 대해) 외부에서 긍정적 평가를 해주고 있지만 정부나 발전 공기업 등에서 업무 연락을 해온 건 없다”며 “정부 간 합의를 기반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회사 단독으로 움직일 여지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산 내에서는 한·미 공동 사업의 불이 댕겨지면 언제든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위기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019년부터 미국 원전 기업 뉴스케일(Nuscale)이 주도하는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 합류해 있다. 이 회사에 520억 원대 지분도 투자한 상태다. SMR은 원자로에 대한 냉각수 공급이 중단돼도 지하 수조가 일시적 냉각 기능을 할 수 있어 안전성이 더욱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SMR의 핵심기기 제작을 맡을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의 발주처 격인 한수원은 24일 창원에서 열린 기술개발 설명회에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형 SMR이 향후 수출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 시장에서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듯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26일까지 사흘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원전사업 공동참여 방안을 발표한 날부터다. 26일엔 전날보다 9.52% 오른 1만61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전 진출 합의 이전 주가(1만3900원)에 비해선 15.8% 올랐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상회담 수혜 종목 리스트에 두산중공업을 포함하면서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 이슈는 관련 종목들의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원전 협력과 관련해 많은 관심이 쏟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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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욱 기자 isotope@joog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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