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상장해 떼돈 벌자"며 1102억 꿀꺽…지인 뒤통수 친 그놈

중앙일보

입력 2021.05.26 11:34

업데이트 2021.05.26 11:40

A씨는 3년 전 “코인을 개발해 상장하면 수조원의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 B씨의 꼬드김에 지주회사 공동경영 명목으로 1억 달러(한화 약 1102억원)를 투자했다. B씨는 해당 회사에서 자체 개발한 코인이 국내ㆍ외 거래소에 상장될 것처럼 속이고 투자자 53명을 대상으로 약 79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빼돌렸다. 그러나 B씨가 약속한 ‘코인상장’은 없었고, A씨와 투자자 53명의 투자금 1181억원은 증발했다. B씨는 최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사기 혐의로 검거됐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4천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4천2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암호화폐 사기ㆍ유사수신ㆍ다단계 등으로 적발된 사건은 333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8년(62건)과 비교해 5배 이상 급증한 숫자다. 지난해 서울청에서만 227건을 적발해 365명의 피의자가 검거됐다.

이 가운데 유사사기ㆍ다단계가 218건에 달했다. “거래소에 투자하면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수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상장주식 가격과 거래량도 덩달아 고공 행진을 펼쳤는데, 이를 노린 사기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액수가 조 단위에 달하는 사건도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경기남부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600만원만 투자하면 원금을 초과하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인 뒤 6만90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3조85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은 혐의로 피의자 14명을 검거했다. 지난해에는 “코인 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 보장, 월 10% 수익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속여 1000여명으로부터 276억원의 투자금을 뜯어낸 일당 26명이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에 검거되기도 했다.

피해가 급증한 가운데, 수사당국이 피해자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청은 윤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이며, 피해사실을 고소ㆍ고발시 피해자 대표 등이 접수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과정에서 피해자 정보를 모두 파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윤창현 의원은 “2030세대를 넘어서 전국민이 정부의 무방비 무대책으로 피해자 발생 중”이라며 “다단계 사업자, 먹튀 거래소 등을 공개수사하는 동시에 수사당국이 투자자와 거래소의 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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