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기회봐서 정민씨를…" 온라인 퍼진 123쪽 '황당 문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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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손정민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손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고(故) 손정민씨가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째 되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손씨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A는 평소 손군을 안좋게 생각하고 있었고, 기회를 봐서 죽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중략)…완벽범죄를 계획해 그대로 실행해…(후략)…."

경찰이 온라인 카페 등에서 급속도로 유포되고 있는 123쪽 분량의 이른바 '한강사건보고서'에 대한 위법성 검토에 들어간다. 해당 문건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뒤 숨진 중앙대 의대 본과 1학년생 고(故) 손정민(22)씨 사건에 대한 네티즌의 음모론을 모은 것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수사상 참고할 게 있나 해서 읽어봤는데 위법사항이 보인다"며 "(위법 여부를) 검토하는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카페 캡처]

[온라인카페 캡처]

지난 24일 자신을 1978년생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한 인터넷 카페에 'NSI(네티즌 수사대)&○○○한강 사건 보고서'라는 글을 올려 정민씨의 사고가 함께 술을 마셨던 친구 A씨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패션 분야 24년 ▶초·중·고 학생 교육 24년 ▶건축 및 건물관리 분야 20년 등의 경력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전문성을 어필했지만, 범죄학이나 법학 관련 경력은 전무하다. 문건의 편집도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조악하다. 맞춤법을 어기거나, 주술관계를 잘못 사용한 문장도 상당수다.

그는 해당 문건에서 "(A씨가 정민씨에게) 약물을 주입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부검 결과도 부정했다. 정민씨의 부검결과 사인은 '익사'로, 약물 반응 등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네티즌은 "A씨가 평소 정민씨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와 같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나 "경찰서·국과수와 유력 언론 등이 그 살인은폐를 돕고 있다" 등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은 이에 동조하며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괴문건에 대해 "A씨뿐 아니라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게 몇 가지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조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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