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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한국판 툰베리" 극찬한 이동학, 과거 文저격 비주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이동학(39) 최고위원을 극찬하는 장문(1809자)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열린우리당 창당 행사장에서 아르바이트로 간이의자를 날랐고” “새정치민주연합의 혁신위원을 역임”했으며 “2년 넘게 60개국 15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기후위기와 쓰레기 문제에 천착”하고 “자신을 버리고 후배를 키운 청년정치인”이라는 수식을 열거했다. “그레타툰베리를 보는 느낌”, “자기 화두가 있는 정치인”이라고도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일부. 오른쪽은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에 내정된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페이스북 캡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 일부. 오른쪽은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에 내정된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페이스북 캡처

과거 문재인 저격한 비주류

송 대표가 이동학씨를 청년 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건 지난 21일이다. “임명한지 4일이 지나 장문의 칭찬 글을 올린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송 대표 주변에서도 나온다. 송 대표의 한 측근은 “국민의힘에서 ‘이준석(36) 신드롬’ 등 청년들의 활약이 고무되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글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한 켠에선 이 최고위원이 문파(文派)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자 송 대표가 방어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 최고위원 임명 후 각종 친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동학 최고위원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던 모습. 연합뉴스

이동학 최고위원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으로 활동하던 모습. 연합뉴스

실업계고를 졸업하고 해병대를 전역한 뒤 노점상을 하던 이 최고위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때 정치권에 발을 딛었다.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에 청년 혁신위원 참여해 당내 주류 세력인 '86그룹 용퇴론'을 공개 주장할 때였다. 당시 그는 “86그룹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배들에게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86그룹 선두 주자인 이인영 의원을 콕 집어 “이제는 선배께서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돼주는 건 어떻느냐”고도 했다.  

이즈음 그는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여러 차례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친노 대모인 한명숙 전 총리가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2015년 8월 20일)을 받은 데 대해 문 대표가 이튿날 “대법원의 유죄판결은 정의에 대한 유죄판결, 진실에 대한 유죄판결이다. 정치 검찰을 반드시 심판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성토하자 정면 반박했다. 같은 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집권한다고 해도 우리 의지대로 법원의 판결을 바꿀 수는 없다”며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다음 달 한 라디오에 출연해선 “우리 당이 이제는 갈 곳이 없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안에서 너무 계파 간의 갈등, 자기네들이 자리를 두고 싸우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에 이제는 본인 것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결국 당 대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는 방향으로 가야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듬해 20대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한 전 총리의 최측근인 황창화 전 총리실 정무수석 비서관(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해 전국청년위원장 선거에선 친문 주류의 지원을 받은 장경태 의원에 밀려났다. 이후 후배 청년 정치인인 정은혜 전 의원을 거들다 세계유람을 떠났다. 여행 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눈을 떠 세계 곳곳의 쓰레기 문제 현장을 찾은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2월 『쓰레기책』을 냈다.

문파의 또 다른 의심…이재명계?

비주류인 그가 주로 ‘문 대통령의 라이벌’을 도왔다는 것도 문파들이 비난을 사는 지점이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으로 일했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선 이재명계인 김남국 당시 후보 캠프에서 SNS 공보를 맡았다. 다만 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김남국 의원과 오래전부터 알았어서 개인적인 인연으로 도와준 것일 뿐 이재명계는 아닌데 괜한 오해를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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