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맺으면…수출 늘고 수입재값 하락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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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는 것은 세계적인 블록화 추세 속에 바로 인접한 거대 선진 경제권인 일본을 제쳐두고는 무한경쟁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개방압력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교역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급하다는 판단이다.

◆FTA는 대세=1백80여개국이 FTA로 경제협력을 다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홀로 FTA를 나 몰라라 했다. 한.칠레 FTA도 농민들의 반발로 국회 비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FTA에 등을 돌림으로써 우리의 상품 경쟁력은 더욱 떨어지면서 교역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이에 반해 주변국들은 FTA에 적극적이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가로 부상한 중국은 홍콩.마카오.싱가포르.대만을 아우르는 대중화(大中華)경제권 창설을 추진 중이며, 동남아 10개국으로 이루어진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FTA에도 적극적이다. 일본도 싱가포르와 FTA를 체결한 데 이어 내년 실시 목표로 멕시코와 FTA 협상에 들어갔다.

◆무역수지 개선 전망=한.일 FTA는 단기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일본의 기계.자동차.전자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 쏟아져 국내 산업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주로 맡고 있는 부품.소재산업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전국경제인엽합회 등 재계는 한.일 FTA를 불가피하다고 보고, 하루 빨리 FTA를 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일 FTA 체결 후 1~2년간은 일본 제품 수입 증가로 우리의 국내총생산(GDP)이 0.07% 줄고 무역수지도 한해 15억4천만달러 더 악화되지만, 3~10년 안에 싼 부품 수입에 따른 경쟁력 강화로 GDP가 2.88% 늘고 무역수지도 30억달러 이상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의 정치.외교적 입지도 강화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무역자유화를 기반으로 해 정치협력으로 나아갔듯 한.일도 FTA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공조를 강화할 수 있다. 일본과의 공조강화는 분단이라는 현실에 대비하고 통일이라는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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