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줄 때도 있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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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국가인 일본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지난해 한 달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평균수명 감소는 6년 만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6일 지난해 평균수명이 남자 78.53세, 여자 85.49세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4년에 비해 남자는 0.11세, 여자는 0.10세 단축된 것이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은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해 노인들이 폐렴.심장질환 등 합병증으로 숨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자살 증가도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일본 남자의 평균 수명은 세계 4위로, 3위 아래로 떨어진 것은 32년 만이다. 여자는 여전히 1위였다.

[뉴스 분석] 실버타운 집단생활로 감염성 질환 확산된 듯

지난해 최장수국 일본의 평균수명이 소폭이나마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감염 질환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아직도 인류의 사망원인은 심혈관 질환에 이어 감염 질환이 2위를 차지한다. 특히 호흡기계 감염 질환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 정부도 수명 감소 원인을 인플루엔자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매년 1200만 명이 감염 질환으로 사망하는데 이 중 400만 명이 세균성 또는 인플루엔자에 의한 호흡기 질환자"라며 "대부분 65세 이상 노인층이 희생자"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등에서 노인들의 집단생활이 감염성 질환의 사망자를 늘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인병클리닉 이영수 교수는 "일본의 경우 2000년에 노인요양보험이 시작되면서 집단생활을 하는 노인 수가 증가했다"며 "그 결과 전염성 강한 질환의 희생자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본의 평균수명은 85.5세로 정점을 찍은 것일까.

한림대 의대 노용균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의 평균수명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느려지고 있다"며 "마라톤 기록처럼 평균수명도 이젠 신기록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인류의 평균수명 급증은 의학의 도움보다는 식생활과 환경.위생 개선의 역할이 지대하다. 실제 암을 정복한다고 해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통계학적으로 2~3년을 늘리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서일 교수는 "경제발전과 함께 기근에서 벗어난 것이 수명 연장의 가장 큰 이유"라며 "식량난.위생 등이 해결된 선진국의 평균수명 증가는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통계를 평균수명 감소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영수 교수는 "따라서 '수명 감소'보다는 '더 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고 설명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고종관.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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