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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1채 그대로인데 건보료 年290만원…연금소득자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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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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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 은퇴해 연간 100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는 A씨는 올해 11월부터 매월 24만888원의 건강보험료(장기요양보험료 포함)를 내야 한다. A씨는 2017년식 쏘나타 자동차 한 대와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아파트(134㎡)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아파트 공시가격이 7억3300만원에서 9억7400만원으로 오르면서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소득은 그대로지만 연간 약 290만원에 달하는 건보료를 부담하게 됐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 현황 및 요인’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 11월 공시가격 급등으로 A씨처럼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사람은 총 5만1268명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이유로 탈락한 인원 2만6088명과 비교하면 2배 수준이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20일 대구 중구 동인동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대구지방국세청과 한국은행 대구경북·포항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20일 대구 중구 동인동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대구지방국세청과 한국은행 대구경북·포항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건보공단은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이들(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 형제ㆍ자매)이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건보 혜택을 누리는 피부양자 자격을 준다. 2017년까지는 재산 기준이 9억원 초과일 때만 피부양자 대상에서 탈락시켰는데 2018년 재산 기준이 5억4001만~9억원이더라도 연 소득 1000만원이 넘으면 탈락하도록 기준이 강화되면서 탈락자가 급증해왔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올해 자격 상실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유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7년 8.12%에서 ▶2018년 10.19% ▶2019년 14.02% ▶2020년 14.73% ▶2021년 19.89%로 4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 의원은 ”2018년은 재산 요건 탈락기준 신설 첫해라 3만여명에 달하는 다수 인원이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2019년 2만21명, 2020년 2만6008명 등 탈락 인원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공시가격 상승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자치구별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자치구별 공시가격 변동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피부양자 자격을 잃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지난 3월 기준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에 속한 1861만명 중 37%는 19세 이하 미성년자이며 28.8%는 60대 이상이다. 주로 은퇴했거나 경제활동이 미약한 고령층으로 여성이 남성의 1.7배다. 소득이 없는 은퇴자·노인들의 건보료 부담만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는 올해 11월 신규 탈락자에 한해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건보료 50%를 인하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유 의원은 “집 한 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세, 종부세에 이어 건보료 부담까지 지우는 건 징벌적 조세 정책”이라며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따질 때 재산 요건을 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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