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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고대도시 건축양식, 제주초원 ‘테시폰’ 문화재된다

중앙일보

입력

제주에만 24동…상태 양호 2동 선정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135번지에 위치한 테시폰. 사진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135번지에 위치한 테시폰. 사진 제주도

제주의 이색 건축물 테시폰(Cteshphon)이 국가 등록문화재가 된다. 국내에 제주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건축물은 이색적 물결 모양의 아치가 목장의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관광 포토존으로 입소문을 타왔다.

23일 문화재청과 제주도에 따르면 문화재청 문화재분과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는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성이시돌 목장 내 테시폰 2동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해 보전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달 4일까지 등록 예고기간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문화재로 등록되는 것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135번지(31.39㎡) 건물과 인근의 금악리 77-4번지(39.61㎡) 등이다. 제주도내에 남아 있는 테시폰 24동 중 가장 먼저 건축됐고, 보존상태도 가장 양호한 편인 점이 고려됐다. 나머지 22동은 50~60년 전 지어져 사용된 이후 수십년 간 버려져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라크 고대도시 테시폰서 이름 따와 

1960년대의 제주 테시폰 건축물 시공 모습. 사진 맥그린치 신부 기념사업회

1960년대의 제주 테시폰 건축물 시공 모습. 사진 맥그린치 신부 기념사업회

테시폰은 이라크 지역에 있던 고대 도시 테시폰(Ctesiphon)의 아치 구조물 형태를 참조해 ‘간이 쉘 구조체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아치 모양으로 목재 틀을 세우고, 그사이 가마니를 펼쳐 깔고 시멘트 회반죽을 덧발라 골격을 만든 후 벽을 쌓아 짓는 공법이다. 그래서 이름도 고대 지역 명칭을 따 테시폰으로 지었다. 이 건축물은 1960년대 제주도내 목장 개척사와 주택사, 생활사를 보여주는 근대 건축유산으로 평가된다.

이시돌목장 맥그린치 신부가 아일랜드서 도입 

1960년대의 제주 테시폰 건축물 시공 모습. 가운데 서 있는 외국인(검은색옷)이 맥그린치 신부. 사진 맥그린치 신부 기념사업회

1960년대의 제주 테시폰 건축물 시공 모습. 가운데 서 있는 외국인(검은색옷)이 맥그린치 신부. 사진 맥그린치 신부 기념사업회

이번에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 예정인 테시폰 2동은 1961년 지어졌다. 이시돌목장을 개척한 아일랜드 출신 고(故) 맥그린치(한국명 임피제) 신부가 고향 아일랜드에서 배워와 제주에 처음 도입했다. 비용이 적게 들고 비숙련자도 쉽게 지을 수 있는 동시에 견고해 200여 동이 잇따라 지어졌다. 주로 목장 내 숙소나 축사로 사용됐다. 이후 금악과 선흘·월평 등 산지 농가 숙소와 창고 용도로 지어졌다. 앞서 제주도는 2017년부터 도내 테시폰을 전수 조사해 국가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했다.

안전진단, 보수·보강해 관광 등 활용 방안 찾을 것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77-4번지에 위치한 테시폰. 사진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77-4번지에 위치한 테시폰. 사진 제주도

하지만 테시폰이 건축물대장에 없어 문화재 지정 신청이 지연되다, 건축물대장 등록과 문화재 지정 신청을 거쳐 지난달 문화재청 심사가 완료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금악리 테시폰 2동은 도내 테시폰 중 가장 먼저 건축된 것은 물론 상징성이나 희소성·보존상태 등 문화재적 가치도 가장 우수하다”며 “문화재 지정 후 안전진단과 보수‧보강 등을 거쳐 관광을 비롯한 활용방안 등에 대해 소유주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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