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스트리밍 거인 탄생…AT&T·디스커버리 합병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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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코드 커팅(cord-cutting)’ 시청자를 잡아라.

49조원 규모…AT&T 지분 71% #미디어환경 변화 맞춰 몸집 불려 #규모경제로 다양한 콘텐트 확보 #넷플릭스·디즈니에 맞불전략

케이블TV 코드를 뽑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시청자를 잡기 위해 케이블 채널의 전통 강자와 리얼리티 TV 제국이 한 집 살림을 차렸다. 17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등 외신은 미국의 통신회사 AT&T의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와 디스커버리가 430억 달러(약 49조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AT&T는 신설 합병회사의 지분 71%, 디스커버리는 29%를 소유한다.

존 스탠키

존 스탠키

이날 AT&T는 성명에서 “워너미디어의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뉴스 자산을 디스커버리의 논픽션, 국제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사업과 연계해 최고의 독립적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스트리밍 거인’이 탄생했다”고 보도했다.

AT&T의 워너미디어는 케이블 채널 CNN과 HBO, 시네맥스, TNT, TBS 등과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를 거느리고 있다. AT&T는 2018년 850억 달러(96조원) 규모의 ‘메가딜’을 통해 워너미디어 전신인 타임워너를 품에 안았다. AT&T는 통신과 미디어를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데이비드 자슬라브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워너미디어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영화 전문 채널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맥스의 전체 가입자는 6390만 명이다. 디스커버리도 ‘디스커버리플러스’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반면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는 2억7000만 명,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가입자는 1억여 명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이블 TV를 보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로 갈아타는 시청자가 크게 늘면서 AT&T와 디스커버리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며 두 회사가 합병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미디어 업체 시가총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

주요 미디어 업체 시가총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

관련 업계에선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는 미디어 환경에서 승부처는 다양한 콘텐트의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넷플릭스·디즈니와 제대로 겨루기 위해서는 볼만한 콘텐트를 갖춘 업체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규모의 경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는 2019년 21세기폭스를 710억 달러(약 80조5900억원)에 인수하며 ‘콘텐트 왕국’의 입지를 다졌고, 그해 11월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였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보유 회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보유 회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번 계약 체결 하루 전 두 회사의 합병 추진 소식을 보도한 블룸버그는 “전통적 TV 사업의 장기 침체 속에 AT&T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두 회사의 합병 작업은 통신과 미디어를 한 지붕 아래 두려던 AT&T의 노선 변화이자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브라이언 와이저 애널리스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AT&T는 그들이 무엇을 사는지도 모른 채 인수에만 나서 왔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존 스탠키 AT&T 최고경영자(CEO)가 실적이 저조한 자산을 매각하고 감원 등을 통해 수십억 달러가 필요한 5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하는 한편, HBO 맥스 스트리밍 강화를 위한 영화·TV 제작을 확대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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