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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5분충전도 가능" 이스라엘 스타트업 비밀은 나노특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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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스토어닷(Storedot) CEO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헤르츨리야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도론 마이어스도르프(Doron Myersdorf) 스토어닷(Storedot) CEO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헤르츨리야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각)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헤르츨리야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스토어닷’(StoreDot) 연구실. 신형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성능 실험이 한창이다. 시험장비와 연결된 화면에는 녹색 원그래프로 충전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화면 속 타이머가 1분 41초를 가리켰을 때 A4용지보다 작은 크기의 얇은 배터리 셀이 이미 21%가량 찼음을 보여줬다. 10분도 안 돼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전기차 1대에는 이 배터리 셀이 400개가량 들어간다고 한다.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상용화는 2023년 예정 

스토어닷은 지난 1월 전기차 배터리 셀 시제품을 내놔 주목받았다. 최적의 조건에서 5분 만에 안정적인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 모델Y의 경우 80% 충전까지 평균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혁신적인 변화다. 물론 배터리 셀 한번 충전으로 가능한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과 재사용 횟수가 적다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업체는 주행 가능거리를 300마일(483㎞)로, 충전 가능 횟수를 1500~2000회로 늘리는 게 목표다. 2023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배터리 셀 개발 외 실제 탑재될 차량의 배터리 관리시스템 소프트웨어나 냉각 장치 등 관련 기술 개발이 따라가야 한다.

도론 마이어스도르프 CEO가 배터리 셀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도론 마이어스도르프 CEO가 배터리 셀을 설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급속충전의 비밀 

스토어닷만의 급속충전 비밀은 나노기술에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대부분 양극·음극재, 전해질로 주로 구성된다. 배터리는 이를 가둔 틀이다. 전해질은 리튬 이온이 양극에서 음극,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하는 걸 돕는데 이 과정에서 충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흐름에서 저항이 발생한다. 저항이 커질수록 자연히 충전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발열 위험마저 높아진다. 자칫 폭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마이어스도르프 ‘스토어닷’ CEO #고객들, 충전시간 길어 구매 꺼려 #배터리셀 재사용 횟수도 늘릴 것

스토어닷은 10억분의 1m 수준의 나노기술을 통해 배터리 속 저항을 최소화했다. 특히 전기를 저장하는 음극재를 기존 흑연 대신 실리콘을 사용,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실리콘의 에너지 밀도는 흑연의 10배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리콘은 흑연보다 쉽게 부풀어 구조가 깨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스토어닷은 자체 개발한 유기화합물 코팅기술로 이를 보완해냈다는 평가다.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특허만 57개 등록한 스타트업 

스토어닷의 혁신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다. 2년 전쯤에는 ‘5분 충전’ 전기 스쿠터를 선보인 바 있다. 스토어닷의 배터리 셀이 탑재된 제품이다. 한 번 충전으로 160㎞가량 주행이 가능하다. 수명은 1000회쯤 된다. 이 스쿠터는 스토어닷 본사 로비에 전시돼 있다. 이 밖에 스마트폰이나 드론 배터리의 급속충전 기술도 보유 중이다. 관련 특허만 57개가 등록돼 있다. 45개는 특허 출원 중이다.

스토어닷은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벤처투자주식회사(SVIC) 외 세계 2위 석유회사인 영국의 BP, 독일 다임러 벤츠 등에서 1억3000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를 끌어냈다. 직원은 박사급 연구원 등을 포함해 120여명이다. 현재는 전기차 쪽에 모든 개발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는 게 도론 마이어스도르프 스토어닷 CEO의 설명이다. 가까운 미래에 전기차가 내연 기관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스토어닷 연구실 모습. 임현동 기자

실제 스웨덴 볼보 자동차는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고, GM도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 ‘아이오닉 5’를 공개했다.

마이어스도르프 CEO는 “전기 스쿠터용 급속충전 배터리 셀 등을 만들긴 했지만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은 문어발식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전기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배터리가 충전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보니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린다”며 “이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충전시간을 10분, 5분으로 줄이는 기술이 관건이다. 스토어닷이 실질적인 이런 배터리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김민욱·임현동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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