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배탈 나면 아이스크림 탓부터 ? 먼저 체크해 봐요

중앙일보

입력

장마철 주방 위생
행주는 매일 삶나요
야채·고기 도마 따로
일회용 장갑 쓰나요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의 주방에는 다섯 가지 색 도마가 있습니다. 빨강.파랑.노랑.초록.흰색. 칼 손잡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고요? 특정 식품에는 특정 도마를 사용함으로써 음식의 특색을 살리고, 또 음식을 섞어 쓰면서 생길 수 있는 오염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쇠고기는 빨간색, 즉석식품은 흰색, 야채는 초록색 도마와 칼을 사용하는 식이지요.

도마 사용 하나에도 이렇게 까다로운 원칙을 정한 것은 2002년 9월 이 호텔에 위생팀이 생기면서부터입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서울은 지난 4월 시행된 세계적 위생안전자문사 존슨 다이버시 컨설팅의 위생안전검사에서 아.태지역 100여 개 특급호텔 중 최고 점수를 받았답니다.

위생팀이 처음 칼.도마를 바꿨을 땐 조리사들의 반발도 적지 않았습니다. 손 씻는 습관을 강조한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냥 잘 씻으라는 게 아니라 "매뉴얼에 따라 수시로, 완벽하게 씻으라"며 수시로 점검한 때문이었지요.

"일회용 위생장갑을 끼고 벗은 다음에도 꼭 손을 씻게 했어요. 장갑 끼고 있는 동안 땀이 찰 수 있잖아요." 이소영(28) 위생사는 "가정에서도 음식 만드는 이가 손 자주 씻는 습관만 들이면 알게 모르게 겪는 위생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호텔 주방에는 목재로 된 조리 도구가 하나도 없습니다. 세균 번식을 우려해서죠. "도마도 플라스틱이 좋습니다. 목재라면 단풍나무처럼 무겁고 단단한 재질이어야죠. 도마 오래 쓰다 보면 움푹 패 들어가죠? 그 깎인 부분이 다 어디로 갔겠어요." 손현정(25) 위생사는 "우리 주방에서도 이전엔 조리사들 손목에 무리 간다고 부드러운 도마만 썼다"며 "지금은 혼자 들기 버거울 만큼 단단한 것만 있다"고 말합니다.

위생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주(32) 위생.품질과장은 주부들에게 "하루 10분만 더 투자하라"고 권유합니다. "손 씻고, 도마 살균하고, 일회용 장갑 끼는 것. 귀찮을 뿐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자, 우리 함께 특급호텔 위생사들의 '특급 청결 노하우'를 배워볼까요? 마침 가족 건강이 걱정스러운 장마철이 코앞이잖아요.

◆ 인터컨티넨탈호텔 위생팀이 제안하는 장마철 주방 위생 이것만은 꼭!

1 냉장고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여름철 냉장고 사용의 제1원칙은 용량의 70%만 채우기. 너무 많은 식품을 넣어두면 냉기의 흐름이 막혀 빨리 부패한다. 조리 후 식품은 꼭 조리 전 식품보다 위칸에 보관한다. 사 온 날짜, 조리한 날짜 등을 적은 라벨을 붙여 놓는 것도 좋다.

2 날 것, 익힌 것 다른 도마 사용

소고기용.닭고기용.야채용 등으로 구분해 쓰면 더 좋지만 쉽지 않은 일. 최소한 날 것, 익힌 것만이라도 구분해 쓴다. 양면 도마를 사용하면 고민을 덜 수 있다.

3 도마.칼은 반드시 살균

'찌꺼기 제거→세척→헹굼→소독제 사용' 등의 순서를 따른다. 살균소독제는 꼭 '식품첨가물용'을 쓴다. 소독제가 없을 땐 펄펄 끓인 물을 부어 열탕 소독한다.

4 과일.야채는 씻어 보관

수박과 참외는 수분 흡수율이 높다. 장마철이면 외부 물기를 잔뜩 흡수해 자연 당도가 떨어진다. 과일.야채의 경우 그냥 보관하면 표면에 묻은 오염물질이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5 성에 낀 냉동제품은 금물

냉동식품 중 내용물에 성에가 낀 것은 '녹았다 얼었다'를 여러 번 반복한 증거다. 상태가 좋을 리 없다. 같은 맥락에서 한번 녹인 냉동식품은 다시 얼리지 말고 바로 조리한다.

6 냉장 유통된 계란만 산다

계란은 부패가 빠른 만큼 반드시 냉장 유통된 것을 산다. 집에서도 냉장 보관하되 씻어서는 안 된다. 보호막이 없어지면서 외부 오염물질이 수분과 함께 내부로 흡수된다. 산란일 이후 15일 이내에 소비한다.

7 일회용 장갑 생활화

특히 매니큐어를 발랐을 때, 손에 상처가 나 화농성 세균 번식이 우려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낀다. 일반 비닐 장갑 외에 섬세한 조리를 할 때 쓰는 천연소재의 라텍스 일회용 장갑도 있다.

8 먹던 찌개는 끓여 보관

숟가락이 닿은 찌개나 전골은 다시 끓인 후 식혀 냉장고에 보관한다. 유아식.환자식은 끼니때마다 새로 조리하고 남은 음식은 버린다.

9 행주는 매일 소독

1회용 행주의 경우 서너 시간 사용한 뒤엔 버린다. 면 행주를 매일 삶기 귀찮으면 전자레인지를 이용한다. 젖은 상태에서 사기 그릇에 넣어 10분간 가열한다. 식기건조대나 싱크대에 '얹어' 말리는 것 또한 금물. 옷걸이나 빨랫줄에 널어 말린다.

글=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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