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려면 행복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영국의 BBC 방송이 최근 내놓은 다큐멘터리 '행복의 공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실험을 동원하는 등 행복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이뤄졌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결론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행복은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조사 결과 가장 행복한 그룹과 가장 불행한 그룹 간 수명 차이가 9년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강력한 건강 위해 인자인 흡연이 3~6년 수명을 단축하는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건강하면 행복하다'라기보다 '행복하니까 건강하다'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둘째, 돈의 영향은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연소득 1만 파운드,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2000만원 이상만 벌면 여윳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들이 내놓은 행복해지는 비결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탐닉을 위한 쾌락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쾌락을 교감신경형과 부교감신경형의 두 가지 종류로 분류합니다. 교감신경형은 마치 카드 패를 쫄 때 느끼는 아슬아슬한 기분처럼 강렬하고 자극적인 쾌락입니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형 쾌락이지요.

반면 부교감신경형은 편안하고 느긋한 쾌락입니다. 하품이 나고 졸음이 스르르 쏟아지는 이완형 쾌락이지요. 신경생리학적으로 아드레날린이 관여하는 교감신경형 쾌락은 강하지만 짧습니다. 적응현상이 잘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복적 자극에 대한 신경의 반응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돈과 섹스.권력이 주는 쾌락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내 시시해지고 동일 쾌락을 얻기 위해 더욱 강렬한 자극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러나 부교감신경형 쾌락은 오래갑니다. 적응현상이 작기 때문입니다.

BBC도 일상에서 만나는 작고 평범한 즐거움에 주목할 것을 충고합니다. 이를 위해선 겉도는 다수보다 심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친밀한 소수가 중요합니다. 그들과의 대화, 그들과의 스킨십, 그들과의 일과 놀이가 바로 행복의 원천이라는 것이지요.

그들이 제시한 또 한 가지 비결은 무엇일까요. 비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내 애인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시바의 여왕은 얼마나 우아했을까. 내가 솔로몬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비교의 어리석음을 이렇게 역설한 바 있습니다. 자기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야말로 건강과 행복을 지키는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