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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도 걱정하는데 韓 "일시적"…무시못할 인플레 경고, 근거 셋

중앙일보

입력

“경제가 과열하지 않도록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지 모른다.”(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물가 상승은 ‘기저효과’에 공급 요인을 더한 일시적 결과다.”(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지난 4일(현지시간) 한ㆍ미 양국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3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2.6%, 4월 한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3% 각각 오른 데 따른 언급이다. 발언만 보면 미국은 금리 인상까지 고려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만, 한국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한 발짝 거리를 둔 모양새다. “아직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점점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 우려의 3가지 근거를 꼽아봤다.

①‘기대치’ 달라졌다

점점 오르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점점 오르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는 심리다. 지금 당장의 물가 상승률 만큼이나 ‘기대 인플레이션(향후 1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1%이다. 이미 한은의 연간 물가 관리 목표치(2%)를 넘어섰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를 끌어올리는 변수이기도 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에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느라 푼 재정이 물가를 계속 끌어올릴 거란 기대가 있다”며 “물가가 계속 뛴다는 기대 자체가 기업이 상품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가 물가 상승에 대비하거나 적응하도록 해 실제 물가를 끌어올리는 ‘자기실현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보복 소비’ 가능성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품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정부는 물가상승률과 관련해 수요보다 공급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유가나 농축산물, 원자잿값 급등세 때문에 물가가 올랐지,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요는 백신 접종에 따라 급속도로 회복할 수 있다. 당장 미국ㆍ이스라엘ㆍ유럽처럼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국가에선 일명 ‘보복 소비(펜트 업)’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탄탄한 방역 시스템과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소비가 극심하게 눌렸다”며 “지지부진한 국내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 보복 소비에 따른 수요 증가로 폭넓은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③‘자원 빈국’ 반작용

정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입버릇처럼 ‘유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이라며 일축해왔다. 하지만 유가를 빼고선 최근 물가 상승세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국제 유가뿐 아니라 상품의 원료가 되는 목재와 구리, 펄프, 고무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치솟는 추세다. 일시적 공급 부족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지난해 1분기 배럴당 30달러대였던 유가는 현재 2배인 60달러대다.

한국은 자원 부족 국가인 데다 수출 의존형 경제인 만큼 유가ㆍ원자잿값 급등이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발간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70달러에 이르면 국내 물가상승률을 0.8%포인트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국제 유가 상승세가 가속하면서 생활필수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국내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지 못한 만큼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에 대해 한시적으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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