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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80m 쫓아 현관문까지 갔는데 무죄…이유는 "필로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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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뉴스1

귀가하는 여성을 80m가량 쫓아간 뒤 여성이 들어간 빌라 현관 출입문 앞까지 뛰어들어간 혐의로 기소된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새벽 서울 강남구의 한 골목에서 귀가하는 여성 B씨의 뒤를 약 80m 쫓아갔다.

A씨는 B씨가 빌라 1층 입주민 전용 주차장에 들어서자 그를 따라 공동현관 출입문 앞까지 따라갔다.

해당 빌라는 1층에 벽 없이 기둥만 세우고 건물을 얹는 필로티 방식으로,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됐다.

검찰은 A씨가 건물 주차장을 넘었으므로 B씨의 '주거'를 침입했다고 보고 A씨에 대해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빌라 1층 주차장이 도로에 맞닿아있어 차량·사람의 통행이 빈번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 인력이나 시설이 없는 점을 들어 주거침입으로 볼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공동현관문을 두드리거나 내부로 들어가려고 시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피해자를 따라갔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피고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의 빌라 1층 주차장에 외부 차량이 허락 없이 주차하는 일이 빈번하고, 인접 도로를 보행하는 사람이나 차량이 빌라 주차공간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필로티 구조 건축물 1층이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경우도 많은 점 등에 비춰 이 사건 주차장이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사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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