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1.6㎝ 역대 세 번째 ‘5월 눈’

22년 만에 5월 대설특보가 내려진 강원 산간지방에 지난 1일 오후부터 2일까지 많은 눈이 쌓였다. 오대산 고지대에 25㎝ 이상의 눈이 내렸다. 기상청은 “밤부터 한기가 강하게 남하하면서 700m 이상의 산지에서는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렸다”고 밝혔다. [사진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2일 산에 올랐던 탐방객은 이색 풍경을 만끽했다. ‘5월의 눈’이라는 진객이 찾아온 덕택이다. 강원도 내 대표적 공식 기상 관측지점인 기상청 대관령 관측소는 이날 역대 세 번째 ‘5월 강설’을 기록했다. 1971년 적설 관측 개시 이후 5월에 눈이 내렸던 건 1976년 5월 5일(적설량 1.8㎝), 1987년 5월 3일(1.2㎝), 그리고 이날(1.6㎝)뿐이었다.

오대산 고지대 25㎝ 이상 내려 #기상청 “상공에 영하 25도 한기 #대기 불안정, 우박과 비슷한 현상”

해발 722m에 있는 대관령 관측소는 가장 높은 곳에 있지는 않지만, 강원도 내 공식 관측지점 중 가장 오래전부터 적설 기록을 측정해왔기 때문에 눈 기록을 비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이다. 공식 관측소 중 가장 고도가 높은 홍천 구룡령 관측소(해발 1019m)에는 2일까지 18.5㎝의 눈이 내려 쌓였다. 해발 1600m 정도에 있는 설악산 중청대피소의 경우 30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2일 현재 적설량이 20㎝를 넘겼다. 이곳에는 기상청 공식 관측소가 없지만, 국립공원공단에서 자체적으로 적설량을 기록한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측도 이날 “오대산 고지대에 25㎝ 이상의 눈이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5월의 눈’은 환절기에 간혹 나타나는 현상, 즉 비가 얼어 눈으로 내린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며칠 전부터 영하 25도의 찬 공기가 북쪽에서 지속적으로 들어오면서 강한 한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700m 고도에서도 비가 아니라 눈이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근의 진부령(강수량 61.6㎜), 미시령(58.5㎜)은 대관령과 달리 눈 대신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환절기의 불안정한 대기 때문에 우박이 내리는 것과 유사한 현상이었다는 추가 설명도 곁들였다. 박 통보관은 “주로 찬 계절에서 따뜻한 계절로 넘어갈 때 대기가 불안정해 우박이 자주 내리는데 이와 비슷한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년간 우박이 나타난 기록을 살펴보면, 총 115차례 중 53.9%가  3월부터 6월 사이에 발생했다. 더운 공기가 찬 공기를 대체할 무렵이다. 3월과 5월에 각각 17회로 가장 많은 우박이 내렸던 반면, 찬 공기가 지배하는 1월은 10년간 5회밖에 관찰됐지 않았다. 반대로 더운 공기가 압도하는 7월과 8월 역시 우박이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았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이번 5월의 눈은 특이한 현상이긴 하지만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닌 만큼 ‘이상 기상’으로 분류하긴 어렵다”며 “물론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면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는 “이번 폭설로 봄철 대형산불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강원지역에서는 2017년 5월의 두 차례 대형 산불을 비롯해 ‘5월 산불’이 숱하게 발생해왔다. 강원도 산불방지대책본부도 강원지역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5월 15일까지로 정한 상태다.

전국에 비와 눈을 내린 한기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면서 3일은 맑은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아침 최저기온 4~12도, 낮 최고기온 17~25도로 일교차가 20도 가까이 벌어질 예정이다. 이후 우리나라로 저기압이 접근하면서 4일부터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며 이 비는 어린이날(5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김정연 기자, 홍천=박진호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