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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서 도시락 안먹고 밖으로" 도심식당가 다시 사원증 행렬

중앙일보

입력

30일 점심시간대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 사람들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채혜선 기자

30일 점심시간대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 사람들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채혜선 기자

30일 정오쯤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가. 맛집이 몰려있는 식당가 곳곳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이 7~8명씩이 모여 줄을 서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한 대기줄은 곳곳에서 보였고 테라스 등 야외에 자리가 있는 식당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광화문 내 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임모씨는 “지난해에는 회사 지침도 있었고 도시락을 자주 시켜먹고는 했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점심 먹으러 밖으로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포장 손님 줄었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들이 포장한 음식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시내에서 직장인들이 포장한 음식을 들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도심이 다시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작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광화문 식당가에 직장인 발길이 한산해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차례를 기다린 뒤 들어갈 수 있는 한 한식당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식탁 사이가 가까웠지만, 식탁에 투명 가림막은 없었다. 식당 종업원은 “코로나19로 떨어진 매출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할 수 없지만, 지난해 거리 두기 2.5단계 당시 식당이 썰렁했던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거리 두기 여파로 때아닌 특수를 누렸던 도시락 업체나 김밥집 등은 배달·포장 손님이 줄어드는 걸 느끼고 있었다. 광화문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한 달 새 포장·배달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요새는 다들 자리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나” 

29일 점심시간대 광화문 식당가. 식당 곳곳에 줄이 있다. 채혜선 기자

29일 점심시간대 광화문 식당가. 식당 곳곳에 줄이 있다. 채혜선 기자

외부 접촉을 피하려고 사무실에서 식사하는 횟수도 줄어든다고 직장인들은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말도 했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 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고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을 보면 거리 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난장판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걱정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하지는 않지만, 소규모 모임이나 회식의 빈도가 늘고 있다. 직장인 하모씨는 “회사에서 소규모로 회식이나 약속을 서서히 잡는 분위기”라며 “이번 주에도 가벼운 회식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가는 곳마다 사람이 꽉 차 있었다. 마치 코로나19가 끝난 세상 같았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업종별·지역별 상황 등을 고려한 정교한 방역 수칙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50대 사장은 “서울 도심의 좁은 식당에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밥을 먹는 걸 보면 인원 제한의 근거를 잘 모르겠다”며 “주점을 하는 사장들은 오후 5시쯤 열어 10시에 닫으니 ‘문을 열자마자 닫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손해를 계속 보고 있는데 정부 지침이나 방역 수칙을 잘 따르는 건 우리뿐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방역 당국은 긴장을 풀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30일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다음 달 23일까지 3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행사·모임 등으로 사람 간 접촉이 많아지면 코로나19 유행이 크게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방역 조치가 강화하고 지금 일상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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