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현역'산악인 전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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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연골은 아직 30, 40대 수준

돌격대장, 눈 큰 바위, 독불장군….

평생 산악인 전담(74.사진)씨에게 산에서 만난 후배들이 붙여준 별명들이다. 등산 경력 60년. 중학생이던 14살 때 삼촌이 한라산 겨울 등반을 하다가 조난당해 숨진 것이 계기가 돼 산과 인연을 맺었다.

젊었을 때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알프스의 몽블랑 등 고봉 등반에도 도전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주 2회씩 북한산을 오르는 '평범한' 등산 애호인이다. 그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까지 일반인보다 1~2시간 빨리 오르고, 산의 능선을 따라 하산하는 데 3시간쯤 걸린다"며 "등산은 정적.동적인 면을 모두 갖고 있는 종합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정적인 면을 더 만끽하기 위해 그는 등산할 때 MP3 이어폰을 귀에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또 조용한 곳에선 이어폰을 빼고 시냇물.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등산은 65세 이후에 입문해도 어려울 게 없는 운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특히 호흡법을 중시한다. 전씨는 "나이를 먹은 뒤에 하는 등산은 힘이 아닌 테크닉으로 하는 것이다. 입을 크게 열고 일정한 리듬에 맞춰 숨을 쉬면 산을 오를 때 호흡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또 "오를 때는 보폭을 적당히(약간 좁다고 느낄 정도로), 하산할 때는 산악 스키폴(등산용)을 이용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몸의 상태. 그는 "힘에 벅차거나 컨디션이 나쁘다고 느끼면 등산을 바로 포기하라"고 권한다. 이때 "극한 상황을 이겨보겠다"며 무리하면 이는 생명을 건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가 다른 아마추어 등산 애호인과 다른 점은 아직도 워킹 등산에 머물지 않고 암벽 등반을 계속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최고령 록 클라이머. 주위에선 적극 만류하지만 그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고, 정신 수양에 도움을 주는 암벽 등반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

등산 덕분인지 그는 성인병은 물론 잔병도 거의 없다. 혈압이 약간 높을 뿐 혈당.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다. 등산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관절도 이상이 없다. 그는 "산에서 인연을 맺은 정형외과 의사가 내 무릎 관절 X선 사진을 찍어본 뒤 30~40대 같은 뼈와 연골을 갖고 있다며 놀라워했다"고 자랑했다. 160㎝의 키에 60㎏의 체중을 25년째 유지하는 그의 희망은 "100세까지 등산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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