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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환자 3000억, 감염병 7000억원...이건희 기부금 어떻게 쓰이나

중앙일보

입력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이 감염병 연구ㆍ치료와 어린이 난치성 질환 등 의료사업에 기부된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중앙포토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중앙포토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ㆍ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총 1조원을 의료 분야에 기부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인류사회 공헌과 아동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고, 이런 유지를 살리기 위해 감염병과 소아질환 퇴치에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래서 1994년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표방하고 삼성서울병원을 열었다. 임종할 때까지 6년가량 여기에 입원했지만 이번에는 기부 대상에 넣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감염병과 소아 희귀병 퇴치는 공공부문에 맡기는 게 어울린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유족은 1조원 중 7000억원을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한다.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예방과 관리의 중심 역할을 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설명자료에서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와 미래의 보건의료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을 이전해 새로 짓고, 감염병전문병원과 감염병연구소를 설립해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한다. 일반환자나 중환자용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춰 150병상 규모로 짓는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건립과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에 쓰인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듬해 감염병환자 전담병원 3~5곳을 짓기로 했으나 5년이 넘도록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이번 기부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2100억원은 10년간 소아암·희귀질환 아동 유전자 검사ㆍ치료, 항암 치료, 신약 치료 등에 쓰인다. 백혈병ㆍ림프종 등 13개 소아암 환자, 크론병 등 14개 소아 희귀질환자 1만7000여명에게 지원한다. 이런 질환 연구와 치료제 인프라 구축에 900억원이 투입된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문진수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진료지원실장은 “이번 기부 덕분에 우리도 선진국 어린이병원처럼 연구 기반의 환자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소아암 환자의 항암치료가 실패하면 신약을 써봐야 하는데, 소아암과 희귀질환은 그리하기 어려웠다”라며 “앞으로는 근거 자료가 없어도 신약이나 치료법을 시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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