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할 때까지 짓밟히며 "사람 살려"…손주 보러온 노인 봉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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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경찰서는 22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70대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20대 A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경찰서는 22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70대 남성을 폭행한 혐의로 20대 A씨를 현행범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키 180㎝가 넘는 건장한 체격의 20대 남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70대 남성을 무차별 폭행했다. 그 이유가 ‘눈이 마주쳐서’라는 사실에 아들은 참담한 심경을 호소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22일 오후 3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1층 현관에서 임모(70대)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A씨(20대)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피해자는 평일에 손주들을 봐주기 위해 아들 집에 들렀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임씨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내려온 직후 1층 현관에서 갑자기 그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택배기사와 아파트 앞 상점 직원들까지 달려와 A씨를 말렸지만 경찰관이 도착할 때까지 폭행은 무려 20분간 이어졌다.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심해 현장에 구급대원이 출동했을 때 임씨는 기절한 상태였다.

한 목격자는 “A씨 힘이 장사였다”며 “피해자는 ‘사람 살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소리였다. 그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A씨는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당시 A씨는 음주나 마약 투약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안구 주변이 함몰되고 팔 여러 곳이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다. 경찰은 임씨의 병원 소견서와 진료 기록지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씨가 워낙 여러 곳에 상처를 입어 자료가 나오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한다.

임씨의 아들은 “아버지는 코와 입 안쪽까지 다 망가져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쳐다봤다는 이유로 방어 능력도 없는 아버지를 이렇게 때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씨의 가족들은 A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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