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탈원전 이어 탈석탄 “해외 석탄발전소 지원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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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주최로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화상 기후정상회의가 22일 열렸다.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 설치된 화상화면 속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주최로 40개국 정상이 참여한 화상 기후정상회의가 22일 열렸다.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 설치된 화상화면 속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정상회의 바이든 첫 화상대면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도 언급 #바이든 “9년 내 온실가스 절반 감축” #시진핑 “미국 조령석개 하지말라”

문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세계 기후정상회의 제1세션 연설에서 “탄소중립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부 출범 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했다”는 성과를 강조하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탈(脫)원전에 이은 문 대통령의 ‘탈(脫)석탄’ 선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기후정상회의에는 2009년 미국이 주도해 발족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 포럼(MEF)’ 17개 회원국과 23개 초청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한국은 MEF 회원국이다. 비록 화상으로 열린 회의였지만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서로 얼굴을 맞대는 첫 기회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초청했는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중, 미·러 정상이 마주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탈석탄’을 강조한 걸 두고는 “원래부터 문 대통령 공약이지만 특히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지원을 전면 중단한다’는 발언은 미국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최빈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석탄금융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탄소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석탄발전 투자 중단이 국제사회의 흐름이 되고 있다”며 “G20·OECD 회원국 중 11개국이 석탄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선언을 했다”고 밝혔다. OECD 국가 중 해외 석탄사업을 지원하는 곳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 밖에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하겠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한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지난해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24.4% 줄인다”는 목표치를 제출했는데 이를 상향하겠다는 뜻이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감축 목표를 1990년대를 기준으로 각각 55%와 68%까지 상향조정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까지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국제 공조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 징후는 틀림없다. 과학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기다림의 대가는 계속 커지고 있다. 미국은 기다리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연설에서 “중국은 미국이 기후 거버넌스 과정에 되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며 “서로 협력하고 질책하지 않으며, 조령석개(朝令夕改·입장을 자주 바꿈)하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말에 믿음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강태화·석경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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