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7800만원 안 내던 버스회사 사장이 돈 들고 찾아온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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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 경기도

경기도청 . 경기도

약 100대의 버스를 보유한 경기도 A시의 한 버스회사는 매년 정부 등으로부터 20억원의 보조금도 받아 왔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과태료를 내지 않는 회사'로 악명을 떨쳤다. 2018년부터 3년간 무정차와 승차거부 등으로 550여건의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한 푼도 내지 않았다. A시에서 독촉하면 "대표가 자리에 없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돈이 없다"며 회피했다. 시청 직원이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에 A시는 지난 1월 말 이 운수회사 업체 대표에게 "과태료를 내지 않으면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감금하겠다"는 내용의 감치(監置) 예고를 했다. 연락이 닿지 않던 대표는 즉시 "9월까지 과태료 7800만원을 전액 납부하겠다"고 연락해왔다.

감치 카드에 181명 중 176명이 과태료 납부 

상습적으로 과태료를 내지 않는 이들을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감금하는 '감치 예고'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는 과태료 고액·상습 체납자 181명을 대상으로 감치 예고 통보한 결과 176명의 체납이 정리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 규모만 1만1000건에 금액만 37억원이다.

이들 중 16명(4억1000만원, 599건)은 과태료 납부가 완료됐고 160명(33억원, 1만1036건)은 분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기도는 과태료 납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5명에 대해 거주 지역 검찰에 감치 신청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이들은 최대 30일 동안 유치장·구치소에 감금된다.

경기도가 감치 카드를 꺼낸 이유는 체납 과태료가 계속 늘고 있어서다. 과태료는 지방세 등 세금과 달리 지자체가 납부 대상자의 재산 조회를 할 수가 없다. 지자체 입장에선 체납 대상자가 "돈이 없다"고 하면 강제적으로 받아 낼 수 없는 만큼 속앓이를 해야 했다. 현재까지 1000만원 이상의 과태료를 내지 않은 고액·상습 체납자만 1106명이고 이들이 내지 않은 과태료는 238억원에 이른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이 근거 

현행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르면 ▶과태료 체납 3건 이상 ▶체납 금액 1000만 원 이상 ▶체납 기간 1년 이상인 상습·고액 체납자에 대해 감치 신청을 할 수 있다. 앞서 경기도는 각 시·군과 지난해 11월부터 과태료 고액·상습 체납자 1106명 중 재산이 있는데도 과태료를 내지 않은 불성실자 181명을 선별했다. 한편, 경기도는 조사 과정에서 생활이 어려운 체납자의 과태료 34건(6억3000만원)은 시·군에서 결손 처분하도록 했다.

김민경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은 "이번 감치 신청 대상자는 일반 생활형 과태료 체납자와 달리 고질적이고 상습적인 체납자들로 오랜 기간 납세를 독려했으나 내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체납액을 징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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