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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새 지도자 디아스카넬, 청바지·비틀스 좋아한 혁명 후 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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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18년 11월 국가평의회 의장 시절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한 디아스카넬의 모습. [AFP=연합뉴스]

2018년 11월 국가평의회 의장 시절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한 디아스카넬의 모습. [AFP=연합뉴스]

사회주의 쿠바를 만든 ‘카스트로 형제’의 통치가 60여 년 만에 막을 내렸다.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를 이끌 새 지도자는 미겔 디아스카넬(61) 대통령이다. 혁명 후 태어난 그가 권력 서열 1인자 자리에 오르면서 쿠바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했다.

막 내린 카스트로 형제 60년 통치 #디아스카넬, 태블릿·SNS 적극 활용 #보수 정치성향, 급진 개혁 어려울 듯 #김정은 “뜨거운 동지적 인사” 축전

AP통신은 쿠바 공산당이 제8차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현지시간) 디아스카넬 대통령을 최고 지도자인 총서기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형인 고(故)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10년 동안 당을 통치했던 라울 카스트로(90)가 총서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3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디아스카넬의 총서기 등극은 예상됐던 일이다. 라울 카스트로는 형이 사망한 2016년 “다음 세대에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공언했고, 2년 뒤 디아스카넬을 국가 원수인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세우면서 그가 자신의 후임이 될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듬해인 2019년 쿠바에서 약 43년 만에 대통령직이 부활하면서 디아스카넬의 직함만 바뀌었다.

디아스카넬은 60대 초반으로 쿠바에선 비교적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1959년 쿠바 혁명 직후인 1960년 산타클라라의 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청년 시절 디아스카넬은 장발에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고 한다. 또 록 음악이나 비틀스의 음악을 즐겨 들었는데 60~70년대 쿠바에선 비틀스 음악이 금지곡이었다.

일당 독재 국가인 쿠바의 최고 권력자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8차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 후임 총서기가 된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당 독재 국가인 쿠바의 최고 권력자 라울 카스트로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8차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 후임 총서기가 된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AF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디아스카넬은 대학 졸업 뒤 3년간 쿠바 혁명군으로 복무했다. 하지만 의무복무 기간만 채웠을 뿐이고, 게릴라군 출신도 아니다. 디아스카넬은 공산당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다. 청년 시절부터 공산당에서 활동하던 그는 1994년 비야클라라주 당 총서기로 임명됐고, 주민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실용주의적인 관리자로 명성을 쌓았다. 2003년 공산당 정치국에 합류했고 2009년엔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는 정치인이 된 뒤에도 카스트로가 녹색 군복을 입었던 것과 달리 흰 셔츠를 주로 입었다. 특히 대통령이 된 뒤엔 젊고 역동적인 정치인 이미지를 자주 연출했다. 그는 회의 석상에서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평소 SNS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총서기 선출 직후 “당의 설립자였던 (카스트로) 세대가 책임을 넘겨준 역사적인 날”이라는 소감을 트위터에 남겼다.

하지만 정치 성향은 보수적인 쪽에 가깝다. 이 때문에 당분간 쿠바에서 급진적인 개혁·개방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많다. 그가 대통령으로 집권한 뒤 이중통화제를 폐지하고 소규모 민간사업을 허용하는 등 일부 개혁 조치를 시행하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BBC는 “쿠바에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카스트로 역시 디아스카넬이 안전한 수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아스카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국가평의회 의장이었던 2018년 북한을 찾았는데, 당시 김 위원장이 평양 국제비행장에까지 나가 영접하고,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함께 만찬을 하는 등 환대를 베풀었다.

임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북한은 김 위원장 명의로 축하 메시지를 즉각 보냈다. 축전에는 “동지가 쿠바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로 선거된 것에 대해 열렬한 축하와 뜨거운 동지적 인사를 보낸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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