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교수팀윤리논쟁새국면] '생명법' 실시 전 일 … 법적 문제 없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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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이 보상을 전제로 획득한 난자를 황우석 교수에게 제공했다고 밝힘에 따라 황 교수 연구의 윤리문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난자 획득 과정에서 금전이 오간 만큼 향후 연구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난자 제공자에 대한 보상금 차원이기 때문에 매매로 볼 수 없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매매냐, 보상이냐=워싱턴 포스트는 12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의 황 교수와 결별 선언을 보도하면서 두 가지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황 교수 실험실의 여자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연구원이 불법적으로 돈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이었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 이사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의사의 양심'을 들어 밝히기를 거부했다. 핵심 논란은 아직 잠복해 있는 셈이다.

금전이 제공됐다는 점은 이번에 확인됐다. 돈을 제공한 20여 명의 여성에 연구원이 포함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 법이 올해 시행됐고, 난자 채취는 그 이전인 2002년에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또 난자 제공 과정에서의 금전적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지침(Guidelines for Human Embryonic Stem cell Research)도 올해 제정됐으므로 이 지침에도 어긋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생명윤리학계에서는 윤리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난자를 제공하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비용을 지급할 수는 있는데, 이는 인공수정 등 수태를 전제로 한 것일 때 해당된다는 것이다. 황 교수 건은 연구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인제대 의대 인문의학교실 강신익 교수는 "황 교수 연구팀이 그동안 '불법적으로 거래된 난자가 사용된 적이 없다''난자 제공 과정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 왔는데 이번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앞으로 국제학계에서 황 교수뿐만 아니라 한국 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2004년 2월 황 교수의 논문을 게재했던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 잡지의 진저 핀홀스터 대변인은 20일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도널드 케네디 편집장이 발표한 성명서를 소개했다. 케네디 편집장은 성명을 통해 "(논문 게재 전에)사이언스 편집인들은 모든 난자 제공자가 대가를 받지 않고 강요도 당하지 않은 자원자라는 것을 명시한 문서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핀홀스터 대변인은 "사이언스는 (윤리 논란)주장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영구적으로 남을 (논문) 기록을 수정 또는 정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손명세 교수는 "APEC을 비롯한 국제행사 등의 자원봉사자에게도 교통비와 옷값.식비 등이 지급된다"면서 "이번 난자 제공자에게 돈이 제공된 것을 '매매'로 단정짓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반응=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에 있었던 일이라 하지만 난자 매매를 금지하는 현행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불임 치료 및 연구에 사용될 난자의 무상 제공 체계에 대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이미 논의 중이며, 건설적 대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금명간 황우석 교수가 난자 제공의 윤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들과 상의해 조만간 위원회를 소집한 뒤 이번 문제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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