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게 서럽다면 많이 웃고 자주 걸으세요

중앙일보

입력

스산한 가을이다. 중년을 넘긴 사람에겐 수북이 쌓인 낙엽과 헐벗어 가는 나무를 보는 눈이 남다르다. 사람은 왜 늙는가. 이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학설은 많지만 유전자 프로그램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유전자가 인간의 노화와 수명을 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우리 몸을 그릇에 비유한다. 그릇(체세포)에는 씨앗(난자.정자 등 생식세포)이 담겨 있다. 체세포는 생식세포가 수정을 해 배아가 되고, 이후 자식으로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그릇이다. 이 그릇은 아이가 커서 객체로 독립할 때까지만 건강하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이 건강 보증기간이 대체로 40대 중반이다. 이후부터는 갱년기 증상이 급격히 진행된다. 생식능력은 퇴화하고, 근육은 쇠약해지며, 이가 빠지고, 소화기관이 약해진다. 이른바 '유통기간'이 끝나가는 것이다.

유전자는 왜 자신의 모체인 인간을 영원히 살 수 없도록 했을까. 이는 먹이와 생존 공간의 한계 때문이다. 게다가 자식과 부모의 유전자가 섞일 경우 진화를 방해할 수 있다. 이렇게 다세포 생명체라면 생물학적 진화를 위해 반드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이른바 '종의 존속'을 위해 부모는 자식을 위해 죽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돼 있다. 이를 체세포 폐기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노화는 어떻게 진행될까.

체세포는 유전자(DNA)와 단백질.지질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유해물질에 의해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는다. 다행한 것은 상처를 입을 때마다 세포분열을 통해 수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텔로미어(telomere)라는 '생명의 시계' 덕분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구조물. 세포가 상처를 입어 회복을 위해 분열할 때마다 짧아지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텔로미어가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세포분열이 끝난다는 점이다. 텔로미어에 의해 세포가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은 약 50회가량. 더 이상 체세포에 상처를 주면 회복은 어려워진다. 이때부터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는 막을 수 없다. 하지만 늦출 수는 있다. 방법은 하나다. 바로 우리가 숙명적으로 갖고 태어난 텔로미어라는 인체 수리 교환권을 마구 낭비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수칙이 포식하지 말라는 것이다. 배불리 먹으면 세포는 영양소를 태우기 위해 많은 산소를 사용한다. 그만큼 활성산소가 많이 생긴다. 활성산소는 불완전 연소된 그을음과 같다. 이 유해산소는 유전자와 세포막에 상처를 준다. 쓸데없이 체세포에 상처를 주면 텔로미어는 자꾸 짧아진다.

과격한 운동도 그다지 좋지 않다. 대량으로 흡입한 산소가 몸에 남아 유해산소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등산이나 운동을 하기 전 비타민 E.C 등 유해산소를 차단하는 비타민이나 항산화제를 먹도록 권한다. 그러나 걷기 등 적당한 운동은 유해 산소를 퇴치하는 효소(SOD, GPX)를 증가시키므로 노화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나 분노.두려움.걱정 등 심적 고통을 당할 때도 역시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진다. '일소일소 (一笑一少), 일노일노(一怒一老)'는 옛말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