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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남아공 변이엔 효과 떨어져” 이스라엘 접종 결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등은 이스라엘 내 화이자 백신을 투여하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다며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발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등은 이스라엘 내 화이자 백신을 투여하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높다며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발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남아프리카 공화국발 변이에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실제 접종 결과가 이스라엘에서 나왔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영국발 변이에 대해선 기존 바이러스와 비슷한 수준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화이자 백신이 남아공발 변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실제 접종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 코로나19 감염 비교 #남아공발 변이 감염 비율, 백신 접종군에서 8배 높아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과 의료서비스 기관인 클라리트는 이스라엘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비교해 이같이 밝혔다. 이 두 연구기관은 화이자 백신 1·2회 접종 14일 이후 유증상 양성 판정을 받은 400명과 백신을 맞지 않고 양성 판정을 받은 400명을 비교·연구했다.

그 결과 백신을 두 차례 접종받고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중 남아공발 변이(B.1.351) 감염자의 비율은 5.4%였지만, 비접종군 감염자 중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환자는 0.7%에 불과했다. 전체 환자 중 남아공발 변이 감염자의 비율은 약 1%였다.

두 실험군 사이에 남아공발 변이 감염자의 비율 차이는 8배로, 연구를 진행한 아디 스턴 텔아비브대학 교수는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환자의 비율이 백신을 두 차례 맞은 그룹에서 불균형적으로 높았다”며 “이 결과는 남아공발 변이가 백신의 보호를 어느 정도 뚫을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영국발 변이(B.1.1.7)에 대해서는 백신을 2회 맞을 경우 기존 바이러스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의 보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왔다.

앞서 1일 화이자는 3상 임상 분석 결과를 추가로 밝히며 자사 백신이 남아공발 변이에 100%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남아공에서 800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을 진행한 결과,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플라시보(가짜약) 접종군에만 9건 나왔다는 게 근거였다. 9건 중 6건이 남아공발 변이에 감염된 사례였다.

더예루살렘포스트와 타임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들은 이번 이스라엘 내 연구 결과가 화이자의 3상 임상 결과와 배치된다고 보도했다. 클라리트 연구 책임자인 란 발리서 교수도 “실제 접종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기존 바이러스와 영국발 변이와 비교해 남아공 변이에 취약하다는 걸 입증한 것은 처음”이라며 “끊임없는 역학 검사와 유전자 염기 서열 분석을 통해 남아공발 변이의 전파 여부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내에서 남아공발 변이가 별로 유행하지 않아 확진자 수가 적은 만큼 백신의 보호 효과를 정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스톤 교수는 “지난 1월 초부터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 사례의 90%는 영국발 변이 감염자였다”며 “영국발 변이가 대유행한 탓에 남아공발 변이는 크게 유행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남아공발 변이는 영국발 변이와 같이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최소 1.5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발 변이는 영국발 변이에는 없는 스파이크 단백질 E484K 변이가 특징인데,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항체의 중화 효능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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