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승리? 한자릿수 패? 완패? 이낙연 운명 다 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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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집중유세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광화문 집중유세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4·7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일 서울시장 선거 총력전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3% (포인트 차이) 내외의 박빙 승부를 꽤 오래전부터 예측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쪽(민주당 지지자) 응답률이 현격히 낮았는데 (지금은) 우리에게 (지지를) 표현하고 있다”며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역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동구 강동우체국 앞 유세에선 “만약에 선거가 잘못되면 여러분은 자식에게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라’는 말을 못하게 될지 모른다”며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비판했다. 지난달 9일 기자회견때 했던 “주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는 발언과 비교하면 그의 메시지가 훨씬 더 절박해졌다.

보선 결과에 정치적 명운 걸린 李

이번 보선은 두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실시되기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선 무공천론도 있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당 대표로서 지난해 11월 ‘소속 단체장 중대 비위 시 무공천’ 을 규정한 당헌의 개정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의 정치적 승부수란 해석이 많았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이 3월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를 방문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보유 의혹에 대해 제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과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 등이 3월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를 방문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보유 의혹에 대해 제기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러나 막상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자 이 위원장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동분서주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위원장에게 4·7 재·보선은 대선 입지를 다지기 위한 시험대였을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정치적 입지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승하면 재평가받을 듯

만약 서울·부산시장 보선 중 한 곳에서라도 승리할 경우 이 위원장에 대한 재평가론이 등장할 수 있다. 역대 대선주자들이 어려운 선거를 뒤집어 정치적 입지를 다진 것처럼 이 위원장도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은 “어려운 선거에 등판해서 끝까지 책임지며 최선을 다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을 것”이라며 “다소 정체된 대선주자 지지율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와 연동되어 있단 평가가 많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오른쪽)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와 연동되어 있단 평가가 많다.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주자 적합도를 묻는 리서치뷰 여론조사(3월 28~31일)에서 이 위원장은 16%로
같은 여론조사업체의 지난해 9월 조사 당시 지지율(34%)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석패 시 드리울 먹구름

민주당이 서울·부산 선거에서 한 자릿수 차이로 석패할 경우 "이 위원장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는 유지하겠지만 지지율 반등 기회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부산 여성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민주당의 당헌 개정 후 부산시장 보선 공천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여성단체들이 지난해 11월 민주당의 당헌 개정 후 부산시장 보선 공천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럴 경우 이 위원장은 대국민 사과메시지를 낸 뒤 일종의 휴식기를 가지며 향후 행보를 고심할 가능성이 크다. 이 위원장 측 인사는 “석패를 하면 이 위원장이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했다는 평가는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패하면 호남 후보 교체론까지

서울·부산 모두 두 자릿수 격차로 완패할 경우 이 위원장의 입지가 크게 좁아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문 성향의 의원은 “단순히 선거 책임론뿐만 아니라 7개월짜리 단기 대표직을 수행하며 당을 잘못 이끌었다는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제2차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우상조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왼쪽)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제2차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우상조 기자

호남권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같은 호남 출신 경쟁자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로 지지가 넘어갈 가능성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전략적 판단을 하는 호남 유권자로선 실력을 입증하지 못한 이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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