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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적자내던 와인 자회사 밀어주다 검찰 고발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롯데칠성음료가 백화점 와인 소매업을 운영하는 MJA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의 한 와인 매장을 둘러보는 시민.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롯데칠성음료가 백화점 와인 소매업을 운영하는 MJA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의 한 와인 매장을 둘러보는 시민. 뉴스1

롯데칠성음료가 백화점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자회사 엠제이에이와인(MJA)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MJA는 롯데칠성에 편입된 뒤 2차례 완전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롯데칠성의 지원 행위를 배경으로 시장 점유율 2위를 유지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6일 롯데칠성과 MJA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8500원을 부과하고, 롯데칠성은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MJA에만 와인을 싸게 공급하고 MJA의 판촉사원 용역 비용을 부담하며 자사 직원을 MJA 업무에 투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2009년부터 약 35억원의 이익을 MJA에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주세법에 따라 주류 소매판매를 직접 할 수 없었던 2009년부터 소매법인 MJA를 보유했다. 와인을 직접 팔 수는 없지만, MJA를 통해 얻은 ‘백화점 입점 와인’의 상징성으로 와인 수입권 확보 등의 사업 확장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MJA가 2009년과 2013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백화점 와인 유통을 계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자 롯데칠성이 직접 지원행위에 나섰다.

와인 싸게 주고, 비용 대신 내주고

롯데칠성은 우선 MJA의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MJA에 공급하는 와인의 할인율을 다른 거래처보다 높게 책정해 거래했다. 롯데칠성이 와인을 싸게 공급한 결과 MJA의 매출총이익은 2012년 11억2300만원에서 2019년 50억9700만원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아울러 롯데칠성은 2009년 9월부터 MJA가 판촉사원을 용역업체로부터 고용하는 비용을 직접 부담했다. 2012년 롯데칠성의 자체 내부감사에서 자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롯데칠성은 2017년까지 지원행위를 이어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칠성의 지원으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MJA는 월말 전표마감 등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 2명 정도만 직접 고용했을 뿐 와인 소매업 관련 기획ㆍ영업 등 핵심 업무는 롯데칠성 직원이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MJA도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재무ㆍ손익상태가 인위적으로 개선된 MJA는 꾸준히 매장 수를 늘려 2019년까지 45개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며 점유율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만약 롯데칠성의 지원이 없었다면 MJA는 2009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당했을 개연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총수일가 개입 증거는 없어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롯데칠성의 부당지원행위는) 100% 모자(母子)회사 관계라 하더라도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당연히 퇴출돼야 할 회사를 인위적으로 존속시킨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백화점 와인 소매시장에서 다른 사업자보다 유리하게 하는 등 경쟁기반을 저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다만 이번 부당지원행위에서 롯데 총수일가가 개입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육 국장은 “내부에서 이뤄진 여러 결정과 지시 과정을 조사한 결과 총수일가의 개입 정황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지원행위 기간 총수일가가 MJA에 대해 직접적인 지분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정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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