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건보료 탕감해 준다

중앙일보

입력

저소득층 85만 세대 211만 명이 체납한 건강보험료 3000억원이 탕감돼 자유롭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연간 과세소득이 100만원 이하▶전.월세 보증금이 3800만원(대도시기준) 이하▶과표 재산이 760만원(대도시 기준) 이하▶승용차가 없거나 10년 이상 된 생업용으로 한 대뿐인 세대에 한해 그동안 밀린 건보료를 탕감해 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건강보험체납세대 지원 대책을 2일 발표했다. 원칙적으로 3개월 이상 보험료를 체납하면 병원 이용시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번 조치는 이들 체납자의 병원 이용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탕감을 받으려면 13일부터 8월 12일까지 건보공단 지사에 신청하면 된다. 또 연간 과세소득이 500만원 미만으로 생활 여건이 다소 나은 저소득층 10만 세대 25만 명의 체납자가 밀린 건보료를 낼 경우 가산금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용 회복 지원을 받는 생계형 금융 채무 불이행자와 최근 1년 이내에 부도.도산.파산.화재 등을 당했거나 개인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체납자는 1년간 보험료 납부를 유예해 주고, 추가로 1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뉴스 분석] '끝까지 버티면 해결된다' 체납자 도덕적 해이 우려 성실 납부자 반발할 수도

정부는 매년 형편이 어려워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험료를 탕감해줬다. 그러나 이번 건보료 탕감은 규모 면(3000억원)에서 예년(2004년 541억원)과 비교가 안 된다. 정부가 형편이 어려워 건보료를 못내 병원 이용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둬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현재 전체 지역 가입자의 22.8%(197만 세대)가 건보료를 3개월 이상 못내 병원 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취지와 달리 각종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우선 건보료 체납자들이 '끝까지 버티면 된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매달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에 탕감해주는 3000억원은 결국 이들이 낸 보험료로 충당되기 때문이다. 이번 탕감 조치가 복지정책의 일환인 만큼 탕감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의료 급여 대상자로 돌려 보험료 성실 납세자의 피해를 줄여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탕감 대상자의 재산을 파악하는데 금융자산이 제외된 것도 문제다. 복지부는 "탕감 대상자들에게서 금융자산 조회 동의서를 받기가 힘들고, 금융기관의 조회 협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결국 예금이나 주식 투자를 해두고 있으면서 소득이나 부동산이 없다는 이유로 체납 보험료를 탕감받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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