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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기술 어디까지 왔나] 흉부외과 최고 … 진단검사과 꼴찌

중앙일보

입력

국내에 있는 외국 기업의 엔지니어인 미국인 J(51.중증 협심증 환자)는 올해 1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 심장 혈관의 막힌 부분을 잘라낸 뒤 다른 혈관으로 이어붙이는 수술(관상동맥 우회술)이다.

J씨처럼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는 외국인 환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2001년 6825명이던 외국인 환자가 지난해에는 9169명으로 늘어났다. 서울대병원에도 2004년 한해 동안 5000명의 외국인 환자가 진료를 받았다. 이들은 주로 암.심장병 환자로 미국.영국.캐나다 등 의료 선진국 환자들이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의료진을 찾는 이유는 치료 기술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고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가 순환기내과.정형외과 등 26개 의학회 소속 의사 105명을 대상으로 국내 의료기술과 선진국 기술을 비교 분석한 결과도 국내 의료기술이 결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본지 5월 17일자 1, 5면>

이에 따르면 26개 진료과목 중 흉부외과의 기술수준이 가장 높았다. 세계 최고 기술수준을 100점으로 봤을 때 흉부외과는 96.1점이었다. 순환기내과.일반외과.마취과.방사선종양학과 등 암.심장 질환을 많이 다루는 진료 과목이 우수한 편이었다.

반면 진단검사의학과(옛 임상병리과)는 60.6점으로 가장 뒤처진 분야로 꼽혔다. 핵의학과.신장내과.혈액종양내과 등의 의료기술도 선진국에 비해 떨어졌다.

◆ 흉부외과 48개 항목 중 47개가 90점 이상=의료 기술이 가장 우수한 분야인 흉부외과는 심장병.폐암.식도암 등을 주로 다룬다. 치료 기법은 대부분 수술이다. 막힌 혈관을 뚫고 연결하는 혈관성형술과 심장 내 판막을 교체하는 판막성형술은 선진국과 같은 100점을 받는 등 48개 평가항목 중 47개가 90점 이상이었다. 그러나 심장이식술은 69점이었다. 관상동맥 우회술은 98점을 받았다. 협심증은 최근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심장병의 하나로 일부 환자가 미국.일본 등지로 원정 진료를 가기도 한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이인성(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기획홍보위원장은 "심장병 진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굳이 치료 받으러 외국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심장이나 혈관에서 발생하는 고혈압.심부전증.심근경색.부정맥 등을 다루는 순환기내과가 94.4점으로 뒤를 이었다.

심장 이외에 다른 부위의 수술을 담당하는 일반외과의 점수도 높았다. 우리나라의 위.간.폐암 환자의 진료 기술이 선진국 수준에 이른 것도 일반외과 수술 기술이 좋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의 기본인 진단과 관련한 진단검사과와 핵의학과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진단검사과의 경우 객담에서 폐암을 진단하는 기술(100점) 등 일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긴 했으나 50점이 되지 않는 검사 항목들이 많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진단과 검사 실력이 떨어지면 정확한 진료를 하기 어렵고 오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진단검사의학회 차영주(중앙대병원 교수) 보험이사는 "기술수준이 떨어지는 분야는 바이러스를 감지하는 나노 기술 등 첨단 검사가 많은데 이는 정부 지원 등이 제대로 안 된 데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 기타 질병 치료 수준은=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치료는 85점을 받아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분만.제왕절개 분만은 99점, 불임 시술 94점, 인공수정은 93점,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이 각각 91점, 아토피 피부염과 미숙아 관리가 각각 95점이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95점), 자기공명영상촬영(MRI.95점), 전신 양전자단층촬영(PET.80점) 등의 검사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산전.복부.심 초음파 검사도 95~100점을 받았지만 캡슐 내시경(75점), 태아 내시경 수술(55점), 뇌 내시경 수술(60점) 등은 기술개발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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