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중국이 한국장관을 샤먼으로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31 21:03

업데이트 2021.04.02 23:51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고층빌딩 숲에서 불과 3.2㎞ 떨어진 대만 진먼도의 모래 해안에 상륙 저지용 철제 빔이 빼곡하다. 철제 빔외에도 탱크 상륙을 막기 위한 해안 참호가 대만의 우려를 보여준다. [AFP]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고층빌딩 숲에서 불과 3.2㎞ 떨어진 대만 진먼도의 모래 해안에 상륙 저지용 철제 빔이 빼곡하다. 철제 빔외에도 탱크 상륙을 막기 위한 해안 참호가 대만의 우려를 보여준다. [AFP]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 대만 통합 천하통일 꿈
대만 공격 최전선인 샤먼으로 초대.. '대만 관련 협력' 노골적 요구

1.중국 관련 두 뉴스가 눈길을 잡았습니다. 왕이 외교장관이 31일 정의용 외교장관과의 회담장소를 ‘샤먼(하문)’으로 정했다는 뉴스. 중국이 홍콩선거개편안을 확정공포했다는 뉴스입니다.

중국이 천하통일을 위해 남은 두 가지 숙제 가운데 홍콩 문제를 완전 마무리했고, 마지막 남은 대만 문제에 올인하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대만의 경우 홍콩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이며, 한반도와 직결돼 있습니다.

2.정말 꿈처럼 들리는..중국의 ‘100년 단위 꿈(중국몽)’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첫번째 100년의 꿈은 ‘공산당 창당 100년의 꿈’입니다. 1921년 7월 1일 창당했으니까 2021년 7월 1일이 100년입니다.이날까지 홍콩문제를 완전히 정리하는 것이 첫번째 꿈입니다.이런 스케줄에 따라 지난해 홍콩보안법(홍콩내 반정부활동처벌법)을 만들었고, 올해 선거법개편을 마무리지었습니다.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당시 ‘50년간 자치를 보장한다’는 ‘일국양제’약속은 24년만에 끝났습니다.

3.두번째 100년의 꿈은 ‘인민해방군 창군 100년의 꿈’입니다. 2027년입니다. 인민해방군이 공산당정부 수립 이후 한때‘국방군’이라 불렀다가 다시‘인민해방군’으로 이름을 환원한 것은 ‘아직 해방이 안끝났기 때문’이랍니다. 대만이 남아 있다는 것이죠. 27년까지 대만을 통합한다는 꿈입니다.

그런데 대만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최전선입니다. 지도를 보면 대만 영토인 작은 섬 진먼도(금문도)가 중국 본토에 바짝 붙어 마주보고 있는 곳이 바로 ‘샤먼’입니다. 폭 3km 남짓한 물길을 사이에 두고 있기에 샤먼과 진먼도는 최전선 중 최전선입니다.

4.본토를 통일한 인민해방군이 샤먼에서 진먼도를 향해 맹공을 퍼부을 당시 대만을 살려준 건 한국전쟁입니다. 6ㆍ25가 터지면서 중국은 화력을 한반도로 돌립니다.
6ㆍ25 휴전과 동시에 인민해방군은 다시 진먼도에 대한 포격을 재개했습니다.그러나 이미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6ㆍ25 이후 냉전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이 대만 지원에 적극 나섰기 때문입니다. 대만과 한반도는 미중 관계 속에서 포화를 주고받는 이상한 공동운명체가 됐습니다.

5.미국 닉슨 대통령과 중국 마오쩌둥 주석이 정상회담한 1972년 이후 대만은 잊혀진 가운데 평온했습니다. 그러다 중국이 ‘천하통일’ 마지막 숙제에 적극 나서면서 다시 격랑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중국몽을 외쳐온 시진핑 주석은 2019년 ‘(대만 관련) 무력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전까지 강조해온 평화통일과는 다른 목소리입니다. 왕이는 지난 7일 ‘양안(중국과 대만)은 필연적으로 통일된다. 미국 신정부(바이든)는 전임 정부(트럼프)의 불장난식 선넘기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6.양대국의 말싸움에 그치지 않습니다. 2021년 들어 대만 해협에서 중국과 미국의 무력시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8일‘미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방어하려 할 경우 중국은 일본의 미국 공군기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가 의견을 인용한 보도인데..누구나 짐작가능한 얘기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SCMP는 중국 정부의 눈밖에 난 IT영웅 마윈 소유입니다.중국정부는 마윈에게 미디어에서 손 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7.이 시점에서 왕의가 정의용을 샤먼으로 불렀다는 것 자체로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 편에 서라’는 노골적인 요구입니다.

대만에서 무력사태가 터질 경우 미국과 일본은 같은 편에 설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양국 국방장관회담에서 ‘대만해협 유사시 긴밀협력’을 천명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왕의가 정의용과 회담하는 3일 비슷한 시각 서훈 안보실장은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 참석합니다.미국과 중국 양대국의 동맹강화에 동시에 초대된 상황입니다.

8.중국의 세번째 100년의 꿈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의 꿈’입니다. 2049년까지 세계패권을 잡겠다는 겁니다.

아편전쟁(1840) 이후 서구열강에 의한 침탈이란 ‘100년의 굴욕’을 끝낸 것이 1949년 건국이고, 다시 100년이 지난 2049년엔 아편전쟁 이전 세계최강국 자리에 다시 오르겠다는 겁니다.
중국의 이런 장대한 꿈이 우리에겐 늘 선택을 강요할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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