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이 판 부동산 무덤, 靑참모 대거 당했다…이번엔 김상조

중앙일보

입력 2021.03.29 16:01

업데이트 2021.03.29 16:17

4·7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부동산 폭탄’이 청와대에서 터졌다. 그것도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경제 전반을 총괄하는 ‘경제 컨트럴타워’ 김상조 정책실장이 연루된 초대형 폭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전날 언론을 통해 폭로된 전셋값 전가 논란의 책임을 물은 긴급 인사다. 후임으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전날 언론을 통해 폭로된 전셋값 전가 논란의 책임을 물은 긴급 인사다. 후임으로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의 강남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올려 도덕성 논란을 자초한 김 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관련 논란이 불거진지 하룻만이다. 이로써 지난 2019년 6월 임명된 김 실장은 1년 9개월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김 실장은 지난해 7월 29일 부부 공공명의의 서울 청담동 한신오페라하우스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8억 5000만원에서 9억 7000만원으로 14.1% 올려받았다. 불과 이틀뒤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5일 공개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에도 이러한 내용이 기재됐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이런 계약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날 때까지 김 실장은 아무런 문제 의식이나 죄책감 없이 경제정책을 이끌어왔다는 뜻 아니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전ㆍ월세 상한제 정책은 대표적인 ‘김상조표 정책'으로 통한다. 자신이 주도한 임대료 상한 정책을 통해 시장의 전셋값은 묶어 놓고 자신만 법이 시행되기 전 전셋값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킨 셈이어서 김 실장의 거취와 관계없이 현 정부의 도덕성 측면에서 향후 파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김 실장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 들어 발표된 25차례의 부동산 대책 때마다 “곧 정책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해온 부동산 정책의 컨트롤 타워라는 점에서 야권의 공격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 실장은 전날 논란이 불거진 뒤에야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날 오전 김 실장으로부터 직접 사의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후임에 이호승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후임 경제수석 내정도 없이 이뤄진 긴급한 인사였다. 4년에 가까운 문 대통령 임기 동안 경질 인사가 이렇게 급하게 진행된 적은 없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동산과 관련된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로 여론이 악화된 데다,4·7 선거 판세가 불리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논란을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초대형 악재로 판단했다는 뜻이다.

김 실장은 이날 인사 브리핑에 참석해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 엄중한 시점에 국민들께 크나큰 실망을 드리게 된 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빨리 자리를 물러나는 것이 대통령을 모신 비서로서 해야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회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회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상조 정책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여권에서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거센 여론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 실장을 끝까지 감쌌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12월 노영민 전 비서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과 함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코로나 백신 도입 등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은 유독 김 실장만큼은 재신임했다. 하지만 그도 이번 부동산 파고만큼은 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화상회의 형식으로 열린 국토교통부 2021년 업무보고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靑 참모들 무덤된 부동산=비단 김 실장뿐만 아니라 그동안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들 여럿이 부동산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흑석동 건물 매입과 투기 논란은 아파트값 폭등으로 성난 민심에 불을 당긴 사건이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가 논란을 빚자 그는 참모들에게 실거주 목적의 1채를 제외한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서울 반포의 아파트 대신 충북 청주의 아파트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른바 '똘똘한 한 채'논란의 중심에 섰다. 결국 그는 반포 아파트까지 매각해야만 했다.

비슷한 시기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서울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아파트 중 하나를 매각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는 잠실의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여원 비싸게 매물로 내놓는 등 이른바 '매각 시늉' 논란을 일으켰다가 '직(職) 대신 집을 선택했다'는 비판속에 퇴직했다. 강남 부자와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이 청와대 참모들을 직격한 모양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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