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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에 또 새 선장? …‘롯데온(On)’ 올해는 켜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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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롯데의 백화점과 마트, 슈퍼 등 7개 온라인 몰을 모두 통합한 '롯데온(On)'이 출범 2년째를 맞았지만 기대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2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그룹내에서도 기대치에 못미치는 롯데온의 혁신과 경쟁력 제고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롯데의 사령탑인 롯데지주의 이동우 대표 역시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롯데온은) 내부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라며 "지금과 다른 롯데온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커머스 시장 규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매물로 나온 이베이 임원이 새 대표?" 불안

롯데온은 지난해 4월 출범 이후 2년차를 맞아 새로운 대표를 영입하며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롯데온의 새 대표로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낙점했다고 한다. 하지만 롯데 내부에서는 신임 대표 취임 전부터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새 대표가 하필이면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냐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는 한때 이커머스 업계 최강자였지만 최근엔 네이버·쿠팡에 밀리며 매물로 나와 있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초 대표로 염두에 뒀던 인사들이 제안을 고사하는 바람에 ‘원픽(One Pickㆍ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이 아닌 인사가 신임 대표로 오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도 베어 나온다.

업체별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업체별 지난해 온라인 거래액.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반쪽짜리 '통합앱'…지난 1년 박한 평가 

그렇다고 롯데온으로서는 대표 자리를 계속 공석으로 비워둘 여유가 없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379억원으로 전년보다 27%가 줄었다. 영업적자도 948억원으로 출범 전인 2019년(적자 560억원)보다 되레 69%가 늘었다. 그나마 거래액이 2019년 7.1조원에서 지난해에 7.6조원으로 조금 늘어난 게 위안이다. 지난 1년간의 롯데온이 박한 평가를 받는 이유다.

롯데온은 여기에 ‘반쪽짜리 통합 앱’이라는 지적도 받아왔다. 예를 들어 롯데온에서 롯데마트의 제품을 사면 롯데온이 아닌 롯데마트의 매출로 잡힌다. 롯데온은 이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이는 롯데온이 판매하는 상품의 직매입 비중이 높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참고로 쿠팡의 직매입 비중은 90% 선, SSG닷컴은 40~50% 선이다. 또 롯데온은 통합 온라인 몰을 표방하면서도, 앱 메인 화면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계열사 앱으로의 연결 링크를 가장 상단에 걸어두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 중심으로 메인 화면을 구성하는 쿠팡·티몬 등과 차이가 크다.

롯데온 화면 캡처

롯데온 화면 캡처

"셀러·충성고객·개발자 우선 확보할 것"  

롯데 내에서는 사실상 1년간의 실패가 약이 됐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달리 이커머스에서는 롯데쇼핑, 아니 롯데그룹 전체가 최강자가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배웠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국내 온라인 쇼핑사들이) 매장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사에 비해 경기 변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 빠르다"고 인정했다.

롯데는 실제로 롯데온 출범 2년차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내걸고 있다. 롯데온은 올해 구체적인 매출이나 거래액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출범 당시 "2023년까지 거래액 20조원 달성"이란 목표를 내걸었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 대신 롯데온은 현재 2만3000여 명인 입점 판매자(셀러) 수를 올해 안에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했다. 또 충성고객을 전년보다 4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여기에 개발자 채용을 확 늘려 이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인프라 구축은 뒷전인채 매출액같은 숫자만 보던 롯데온이 드디어 이커머스다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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