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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맥줏값 내달부터 오른다···식당서 500~1000원 인상될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오후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퇴근 후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 연합뉴스

오비맥주가 다음 달 1일부터 맥줏값을 올린다. 카스프레시ㆍ카스라이트ㆍ오비라거ㆍ카프리 330㎖ 병과 생맥주(케그 20ℓ), 페트 1ㆍ1.6ℓ 가격을 1.36% 인상한다. 카스프레시ㆍ라이트 330㎖ 병은 출고가가 845.97원→857.47원으로 11.5원, 케그는 3만430.45원→3만844.30원으로 413.85원 오른다. 가격 인상 이유로 든 건 원재료ㆍ인건비가 아닌 ‘세금 인상’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물가지수를 반영한 맥주 세율 조정에 따라 일부 제품군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세(酒稅) 따라 맥줏값 인상 #코로나19 '홈술족' 부담 늘어날까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다음 달부터 일부 맥줏값이 오를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주세(酒稅)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올해 처음 적용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물가상승률(0.5%)에 연동해 맥주는 1L당 4.1원, 탁주(막걸리)는 1L당 0.2원씩 세금을 각각 올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류업체로선 세금이 오르는 만큼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주 업계 1위 오비맥주부터 움직였다.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이 덜한 330㎖ 병, 생맥주ㆍ페트병 등 유흥업소 전용 판매 제품 가격부터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판매량이 많은 500㎖ 병과 캔맥주 등 일반 소비자용 제품은 세율 인상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늘어난 ‘홈술족’의 반발을 고려해서다.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도 잇따라 움직인 관행에 비춰볼 때 하이트진로ㆍ롯데칠성음료도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제품 가격을 인상할지관심을 끈다. 이들 업체는 일단 “세금 인상 부담이 크지만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오비맥주의 경우 최근 수년 동안 영업이익이 매년 늘었고, 적자를 내던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흑자로 전환(맥주 부문)한 만큼 세금 인상을 반드시 가격 인상 요인으로만 볼 수는 없다.

맥줏값이 오르면 서민 부담도 늘어난다. 출고가를 50원 인상할 경우 식당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500~1000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 가구 월평균 주류 소비는 1만9651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번 유흥업소 판매 제품 가격 인상 조치가 소비자 제품 가격 인상에 앞선 ‘간 보기’란 해석도 나온다.

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한국은행ㆍ통계청

물가상승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한국은행ㆍ통계청

맥줏값 인상은 예고한 수순이었다. 정부는 2019년 맥주ㆍ탁주는 종량세(從量稅ㆍ양과 도수에 비례해 과세), 소주는 종가세(從價稅ㆍ가격에 비례해 과세)를 적용하는 식으로 주세법을 바꿨다. 1969년부터 유지한 종가세 중심 주류 과세체계를 흔들었다. 다만 물가가 오를 경우 종가세를 적용하는 소주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물가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번 오비맥주 가격 인상이 그 영향이다.

물가 인상률만큼 주세도 매년 오를 전망이다. 코로나19로 막대하게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해 주세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 매년 주세율을 물가와 연동해 조정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호주ㆍ이스라엘 정도다. 기재부는 세율 조정으로 올해 1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저소득층 부담이 늘어난 만큼 정부가 매년 편하게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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