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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週 漢字] 鑑(감)-후보들 신중하게 살펴서 선택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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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35면

한자 3/27

한자 3/27

鑑(감)은 의미부인 金(쇠 금)과 소리부인 監(볼 감)으로 구성된 한자로, 쇠로 만든 큰 그릇을 뜻한다. 쇠로 만든 큰 그릇에 물을 채워 얼굴을 비춰 보았기 때문에 鑑은 거울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거울은 자신의 외면, 또는 타인이 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는 도구인 동시에 자신의 본질, 즉 자신의 내면을 상징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외모에 반하고, 백설공주 이야기 속 왕비는 자신이 가진 외면의 아름다움을 거울로 끊임없이 확인받으려 한다. 이렇게 자신의 겉모습을 비춰 보는 행위도 사실 자신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여인의 놋거울로 더러움을 씻는 큰 물그릇을 만든 것도, 불교에서 염라대왕이 업경(業鏡)이라는 거울로 인간의 죄를 비추어 본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거울을 뜻하는 한자로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鏡(경)을 쓰지만, 우리말에서 한자 鏡은 안경(眼鏡), 망원경(望遠鏡), 현미경(顯微鏡), 내시경(內視鏡)처럼 광학 도구 이름에 주로 쓴다. 이에 비해, 鑑은 모범이나 본보기라는 뜻으로 많이 쓰는데, 거울로 삼아 본받을 만한 모범을 귀감(龜鑑)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본보기가 되는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이나 우리나라 의학의 표준을 세운 『동의보감(東醫寶鑑)』, 선현들의 금언이나 명구를 모아 만든 『명심보감(明心寶鑑)』 등에도 ‘鑑’이 들어가 있다. 또 모범이나 본보기가 되는 것과 비교해 진위를 분별하거나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에 ‘현장 감식, 유전자 감식’의 감식(鑑識), ‘위조지폐 감별, 정품 감별’의 감별(鑑別), ‘고미술품 감정, 감정평가사’의 감정(鑑定)에도 한자 ‘鑑’을 쓴다.

『시경(詩經)』 대아(大雅)편에 ‘은감불원(殷鑑不遠)’이라는 말이 나온다. 은(殷)나라의 거울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로, 은나라는 전대(前代)의 하(夏)나라가 멸망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고 자신의 거울로 삼으라는 말이다. 곧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선거권이 있는 사람은 ‘聆音察理 鑑貌辨色’(영음찰리 감모변색: 소리를 듣고서 이치를 살피며 모습을 보고서 기색을 알아챈다)이라는 천자문의 구절처럼 각 후보자의 면모를 신중하게 잘 살펴서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겠다. 또 후보자들은 은감불원이라는 말을 새겨 귀감이 되는 정치인이 되어 주기를 다시 기대해본다.

조정아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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