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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 등으로 글로벌 OTT 못 막으면 4차 산업혁명서도 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글로벌 IT 기업들의 세계 제패 전략 중 첫 단계다. OTT 시장을 내주면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목소리엔 위기감이 서렸다. 넷플릭스ㆍ유튜브 등 글로벌 OTT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면서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정 교수는 “글로벌 OTT가 미디어 광고 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넷플릭스ㆍ아마존프라임 등 미국 OTT 플랫폼에 맞선 유럽연합(EU)의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 인터뷰

EU 모델이 무엇인가.  
“EU는 2018년 시청각서비스지침(AVMCD)을 개정하면서 자국 콘텐트 의무 편성 비율을 규정하는, 이른바 ‘쿼터제’를 도입했다. 또 유럽 콘텐트 육성을 위한 투자 비용을 내도록 했다. 또 ‘동일 콘텐트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일정 점유율 이상의 OTT는 방송 심의를 받도록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글로벌 OTT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유럽의 대응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ㆍ헝가리ㆍ독일ㆍ덴마크 등이 AVMCD에 따라 ‘쿼터제’를 규정하는 입법을 마쳤다. 프랑스의 경우 OTT의 서비스 목록 중 유럽제작물을 50% 이상, 프랑스어 콘텐트는 35% 이상 할당했고, 3년 후부터는 그 비율을 각각 60% 이상, 40% 이상 상향 적용할 예정이다. EU에서 탈퇴한 영국도 지난해 11월부터 유럽제작물을 30% 이상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이런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OTT를 단순히 방송 차원의 문제로만 봐선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의 방향은 독일식 모델인 인공지능ㆍ로봇 전략과 미국식 모델인 글로벌 플랫폼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미국 모델은 ‘팡(FAANG, 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으로 대표되는 IT 기업들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제조업 분야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전략이다. 구글을 예로 들자면 글로벌 OTT(유튜브)를 기반으로 유통ㆍ전자상거래에 이어 자율주행차 분야까지 진출이 예상된다. OTT를 통해 확보한 소비자 취향과 생활방식 등의 정보는 금융 등 다른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글로벌 OTT로부터 우리 미디어 산업을 지키는 것이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정 교수는 또 “국내 사업자는 협업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티빙ㆍ웨이브ㆍ왓챠ㆍ시즌 등 ‘토종 OTT’ 들이 손을 잡고 글로벌 공룡 OTT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기업 합병을 통한 몸집을 키우기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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