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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론 어렵다"…오세훈 승리 후 윤석열 영입론 띄운 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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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주자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23일 야당에선 오 후보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회동 임박설’이 돌았다. 오 후보는 그동안 “단일 후보가 되면 윤 전 총장을 삼고초려 하겠다. 모종의 소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진들도 “내가 직접 윤 전 총장을 만나겠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나서려면 국민의힘 플랫폼 위에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제3지대를 강조해 온 안철수 후보의 패배가 윤 전 총장의 독자 세력화 가능성을 낮췄다. 윤 전 총장이 제1야당으로 들어와 힘을 합치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세 사람(권영세 77학번·김기현 78·윤석열 79)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3월 4일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고향 지킴이’를 자처해 온 정진석 의원도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은 따로 떼 설명할 수 없다”며 영입론에 힘을 실었다. 지난 22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18세 이상 1007명에게 물은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 전 총장은 39.1%로 1위를 했는데, 국민의힘 지지층(72.4%)이 전체 지지율을 이끌었다.

윤 전 총장은 공식 대응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된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재보선 상황 등을 주시하면서 본격적인 외부 활동 시기를 저울질 중”이라며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최근 직접 전화를 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만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여러 조언을 듣기도 했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에 “윤 전 총장은 정치에 대해 태도를 정하도록 끌려 올라와 있는 사람 같았다. 고독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대검찰청에서 ‘윤석열의 참모’로 일했던 김웅 의원은 “윤 전 총장 주변에선 제3지대론(신당 창당 등)을 제안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당의 조직력 없이는 대선이 어렵다는 것 역시 윤 전 총장이 잘 알기에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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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정치 행보는 재보선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격화돼 가는 재보선 공방 안으로 들어가기보단 그 이후 정치권 재편 여부가 정해질 때쯤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 전 총장의 한 측근은 “3, 4월 중 특별한 활동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선거 국면에서 간접적인 방법으로라도 야권 후보를 돕기 위한 메시지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공정의 가치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해 온 만큼, 언론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관련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 씨가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가운데 부인 김건희 씨가 윤 총장의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뉴시스

야당은 윤 전 총장 부인인 김건희씨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씨는 전시기획사인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면서 정관계 인맥을 쌓았다고 한다. 실제로 김씨의 SNS에는 유명 인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다. 김씨의 한 지인은 “최근 김씨가 주변에다 ‘남편(윤석열)은 옛 정치인들과 그렇게 가깝지 않다’라고 해명하는 등 남편 활동에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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