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박원순 그렇게 나쁜가"···'反 오세훈' 전선 움직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11:58

업데이트 2021.03.23 15:38

2017년 아세안특사를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임종석 비서실장(가운데), 신경민 의원이 청와대에서 열린 러시아, EU, 아세안 특사단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아세안특사를 다녀온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부터)과 임종석 비서실장(가운데), 신경민 의원이 청와대에서 열린 러시아, EU, 아세안 특사단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고 반문하며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임 전 실장은“(박 전 시장은) 호텔 밥을 먹지 않고, 날 선 양복 한 번 입지 않고, 업무추진비를 반 이상 남기는 쪼잔한 공직자”라며 “(박 전 시장 재임 시절)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 생활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찾아가는 동사무소’에서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썼다. 이어 “(곧 조성될)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엔가는 매 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 자를 소박하게나마 새겨 넣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엔 조국 전 법무장관도 ‘슬퍼요’를 눌러 공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협회인권이사는 “피해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당하며 입막음을 당하고 있다”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상징적인 인사가 ‘박원순 청렴’ 운운하는 건 피해자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의 이 글을 놓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집토끼 올인 전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고민정ㆍ남인순ㆍ진선미 의원)이 모두 직을 내려놓기도 했는데, 본선 대결이 본격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지지층 결집을 우선 전략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힘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인 데다, 민주당보다 강한 국민의힘 지지층 응집력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ㆍ입소스의 서울 보궐선거 여론조사(3월 19~20일)에서 박영선ㆍ오세훈 양자 가상대결 시 박 후보 지지층 중 ‘국정안정을 위해 여권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응답은 77.4%인 반면, 오 후보 지지층 중 ‘정권 심판을 위해 야권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응답은 90.5%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미 박영선 캠프를 비롯한 민주당에선 옛 박원순계 인사들이 ‘반(反) 오세훈’ 전선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의원은 박영선 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뒤 지난 9일부터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8일엔 천 의원을 비롯한 박원순계인 진성준(정무부시장)ㆍ김원이(정무부시장)ㆍ기동민(정무부시장)ㆍ윤준병(행정1부시장) 의원 등이 총출동해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지난 18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주장하며 오 후보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연합뉴스]

지난 18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이 국회 소통관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땅 투기 의혹을 주장하며 오 후보의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모습. [연합뉴스]

박영선 캠프 내에선 임 전 실장 영입설도 흘러나온다. 임 전 실장도 박 전 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본선이 시작된 만큼, 박 전 시장과 문재인 대통령을 모두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임 전 실장이 나서면 지지층을 결집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논의된 적은 없고, 임 전 실장을 영입하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캠프 관계자)는 분위기도 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원순계의 등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희석하기 위해 서울시정 행정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내곡동 땅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전략적인 선택”이라며 “재보선 투표율이 낮은 점을 고려해 집토끼를 최대한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것이 민주당으로선 최선이자 유일한 카드”라고 그는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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