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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다시 즐기기 시작한 싱글몰트…돌고 도는 위스키 인생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12)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마신 지 꽤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 세상엔 마셔본 위스키보다 못 마셔본 위스키가 훨씬 많아서 질리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하는 위스키 스타일은 계속 바뀌었다. 처음엔 좋았던 위스키가 싫어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일의 반복. 위스키를 마시면서 행복한 쳇바퀴 돌기를 계속했다.

처음엔 싱글몰트 위스키라면 뭐든 좋았다. 새로운 맛을 찾아 나서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위스키 한 잔에서 얻는 다양한 맛의 층. 이걸 찾는 게 제법 즐거웠다. 마시는 방법도 바꿔봤다. 탄산수를 타서 하이볼을 만들어 마시거나 얼음을 띄워 차갑게 마시거나, 물을 조금 타서 향을 늘려보거나…. 마시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위스키 맛을 즐겼다.

싱글몰트 위스키를 처음 마실 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사진 김대영]

싱글몰트 위스키를 처음 마실 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이었다. [사진 김대영]

그러다 60도 이상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혀에 닿는 느낌과 목 넘김이 강렬했다. 맛도 보다 직관적으로 느껴졌다. 한동안 ‘역시 위스키는 60도쯤 돼야 마실만하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래서 고도수 위스키만 쫓아다녔다. 여기에 숙성 기간까지 길면 금상첨화였다.

무려 69.2도의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무려 69.2도의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다음으로 빠진 건 ‘올드보틀(OLD BOTTLE) 위스키’. 짧게는 10년 전, 길게는 수십 년 전에 제품화된 위스키다. 위스키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특히 원재료인 보리 품종도 중요하다. 위스키 생산에 사용하는 보리 품종은 계속 바뀌어 같은 증류소라도 시대에 따라 스피릿에 차이가 있다. 오크통도 달라지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독특하게 느껴지는 위스키 맛이 있다. 이 맛을 누군가는 병에서 숙성이 진행된 결과라고도 하는데 정확하지 않다.

올드보틀 위스키, FETTERCAIRN 10년. [사진 김대영]

올드보틀 위스키, FETTERCAIRN 10년. [사진 김대영]

올드보틀이 최고라고 외치던 것도 한때였다. 어느 날 친구가 사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마시고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마신 싱글몰트 위스키, 고도수 위스키, 올드보틀 위스키에서 느꼈던 맛이 블렌디드 위스키를 구성하고 있었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편하게 마시기 좋은 위스키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수십 종의 위스키가 섞여 만들어내는 맛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었다.

블렌디드 위스키, 로얄살루트 32년. [사진 김대영]

블렌디드 위스키, 로얄살루트 32년. [사진 김대영]

요즘은 43~46% 정도 알코올의 12년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겨 마신다. 위스키에 처음 빠졌던 시절로 돌아온 셈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치 덕분에 처음 마실 때와 다른 시야로 마시고 있다. 위스키 한 병에 숨어있는 맛을 샅샅이 찾으면서. 위스키를 마신 세월만큼, 위스키를 느끼는 감각도 성장한 느낌이다. 이제 다시 고도수 위스키와 올드보틀, 그리고 블렌디드 위스키를 향한 여정을 준비해야겠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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