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9)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 12년이 매우 싼 가격에 풀렸다. 지난 2월 20일 오후 지인으로부터 사진 하나가 날아왔다. 글렌피딕 12년 700ml 1병에 3만4000 원. 이마트 앱에서 스마트오더로 판매 중이었다. 평소 싸게 사도 5만~6만 원 가격대의 위스키가 거의 50% 가격에 팔리고 있다니 놀라웠다. 지인은 6병을 샀다며 얼른 주문하라고 재촉했다.
저렴한 글렌피딕 12년 가격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게시판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해외 가격도 4만 원 정도인 위스키가 한국에서 이렇게 싸게 풀리니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인터넷 게시판엔 수십 병 주문했다는 이들의 인증샷도 올라왔다. 특히 위스키를 즐겨 마시던 사람은 위스키 비축용으로 많이 주문했다. 결국 그 날 오후 6시경 글렌피딕은 앱 구매 목록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마트의 상품 금액 오기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해외보다 국내가 더 쌌던 글렌피딕으로 남을 것인가.
결제까지 마친 사람들은 이마트의 실수가 아니길 빌었다. 그 염원이 닿았는지 이마트는 각 점포에 입고를 마쳤다. 이윽고 위스키를 수령했다는 인증샷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싼값에 위스키를 비축한 이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고, 설마 하며 구매를 보류한 이들은 탄식했다. 한국 위스키 사에 ‘글렌피딕 12년 대란’으로 남을 사건이다.
![글렌피딕 12년과 15년.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2/09ccde85-3808-4d2f-92ce-45f6f65203ba.jpg)
글렌피딕 12년과 15년. [사진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나는 대란에 뛰어들 수 있었지만 별로 사고 싶지 않았다. 좋아하는 스타일의 싱글몰트 위스키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병 사봐야 한잔 마시면 질릴 게 뻔했다.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취향이 확실하면 싼 가격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글렌피딕 12년이 만족스러운 사람에겐 정말 좋은 기회였을 것이다.
![바에서 맛본 글렌피딕 12년. 별로 선호하는 맛은 아니다. [사진 김대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3/02/e8eb0cba-10e0-4e7c-8dd8-bab5f40fc3b4.jpg)
바에서 맛본 글렌피딕 12년. 별로 선호하는 맛은 아니다. [사진 김대영]
글렌피딕 12년 대란은 이마트의 실수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실수였다면 환불 대신 판매를 선택한 이마트의 대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실수가 아니었다면 ‘대란 마케팅’으로 브랜드를 알리려는 수입사의 기획일까? 다만, 개인당 구매 수량 제한을 안 해 아쉽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저렴한 가격으로 싱글몰트를 접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의도된 위스키 대란’을 기획 중인 위스키 수입사가 있다면 꼭 수량을 제한해주길 바란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