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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오크통 숙성을 길게…위스키에 도전장 던진 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08)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럼은 카리브해 국가에서 많이 만든다. 뜨거운 태양 아래 증발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오크통 숙성은 짧게 하는 편이다. 스카치 위스키의 연간 증발량이 1~2%라면, 카리브해에서 생산하는 럼의 증발량은 5배 이상이다. 그래서 스카치 위스키가 3년의 최저 숙성 기간을 두지만, 럼은 특별히 숙성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아예 숙성하지 않거나, 매우 짧은 기간 숙성한 럼이 많이 출시된다.

카리브해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럼은 증발되는 양이 많아 위스키에 비해 숙성기간이 짧다. [사진 김대영]

카리브해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럼은 증발되는 양이 많아 위스키에 비해 숙성기간이 짧다. [사진 김대영]

하지만 럼을 오래 숙성해 위스키와 견줄만한 맛을 내려는 시도가 거듭되고 있다. 럼도 증류주라 오크통 숙성을 길게 할수록 더 깊은 풍미가 나오기 때문이다. 자메이카 ‘워시파크(WORTHY PARK)’ 증류소는 2018년 ‘워시파크 12년’을 브랜드 최초로 발매했다. 병과 라벨 디자인부터 고급스럽게 만들어 싱글몰트와 겨뤄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12년’이라는 숫자는 위스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숫자다. 12년 숙성 위스키와 견주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 숫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워시파크 12년산. [사진 김대영]

워시파크 12년산. [사진 김대영]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럼 브랜드 ‘바카디(BACARDI)’도 고숙성 프리미엄 라인 출시를 시작했다. 2019년 발매한 바카디 16년은 최소 16년 이상 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숙성됐다. 이렇게 오래 숙성한 럼 출시는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숙성연수 표기에 민감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발매됐다.

지인이 바카디 16년을 한 병 사다 줘서 맛을 봤는데, 확실히 맛이 복합적이었다. 럼 특유의 향과 복숭아 느낌의 달콤한 맛. 그리고 오크통에서 유래한 바닐라 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부드러움과 긴 피니시가 인상적이었는데, 위스키처럼 오랜 숙성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인다.

바카디 16년산. [사진 김대영]

바카디 16년산. [사진 김대영]

한국에는 숙성을 오래 한 럼이 많이 수입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 시장에서는 10년 이상 숙성한 럼이 큰 인기를 얻고, 가격도 위스키만큼 비싸지고 있다. 럼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언젠가 럼의 시대가 올까’라는 말을 나누곤 한다. 럼은 한국 주류시장에서 위스키에 못 미치고 있지만, 위스키 못지않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한국에서 럼이 위스키 판매량을 뛰어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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