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암 등 중질환자 본인부담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내년도 건강보험료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2.38%만 인상된다. 원래는 8% 인상하기로 돼 있었다.

또 암 등 중질환자의 부담을 경감하는 데 5000억원의 건보재정을 투입하는 등 연간 1조5000억원가량이 환자 부담 경감에 사용된다.

건강보험은 2001년 재정 파탄 이후 혜택 범위를 줄여 왔으나 올해 재정 누적 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일 노동계.의료계 등이 참여한 가운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결정했다. 가입자 단체를 대표하는 노동계와 의료계 등이 보험료나 수가 인상률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내년도 직장인들의 세대당 월평균 건강보험료(기업주 부담분 제외)는 5만172원에서 5만1366원으로, 지역가입자는 4만9307원에서 5만480원으로 오른다.

또 건보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는 올해보다 2.99% 오른다. 동네의원의 초진료와 재진료도 각각 2% 오른다. 초진료는 210원, 재진료는 150원 오르는데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은 거의 변동이 없다.

복지부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와 수가 인상분을 같은 금액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추가로 나가는 돈이 없다고 밝혔다. 진찰료 인상에 추가로 530억원이 들어간다.

복지부는 내년에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할 때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최우선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는 환자의 6개월 보험 진료비를 300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여기서 비보험 진료비는 빠져 있다. 복지부는 이 제도를 개선하는 데 5000억원을 사용하되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하반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건정심 관계자는 "암 등 중질환자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는데 이들의 비보험 진료비 중 식대나 상급병실료가 보험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자기공명영상촬영(MRI)에 보험을 적용하는 데 4000억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당초 암이나 뇌혈관계 질환에만 적용하려 했으나 디스크 환자까지 포함됐다. 내년 1월 시행된다.

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분만이나 미숙아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미숙아 지원을 위한 약품이나 산전검사는 이달부터 이미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이 밖에 ▶안면화상환자▶인공달팽이관▶정신질환자 외래본인부담 경감▶조혈모세포수집용 키트▶희귀.난치성 질환자 본인부담 경감 ▶간장.췌장.심장 이식 등의 순으로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당초 보험에 포함하려던 노인 틀니는 들어가는 돈과 대상 연령에 대한 논란이 빚어져 2006년께 적용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영유아 예방접종.치아우식증.저소득 독거노인 약제비 지원 등도 미뤄졌다.

복지부는 현재 총진료비의 56.4%에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데 연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면 이 비율이 3~4%포인트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식으로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 2008년까지 7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뉴스분석]'흑자'건보, 오랜만에 인심

헤프게 쓰다 또 바닥날 수도

'내년 보험료 2.38% 인상, 보험적용 1조5000억원 확대'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그동안 보험료는 2001년 20%를 시작으로 6~8%가량 올라왔다.

보험재정이 내년에 처음으로 누적 흑자를 낼 전망인데다 침체된 국내 경기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2001년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진 보험 재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혜택 범위를 계속 줄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잇따라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다 보니 어떻게든 보험 적용 범위를 늘리지 않을 수 없다는 부담감을 느껴왔다.

복지부는 올해 누적 수지가 668억원 흑자로 돌아서 내년에는 누적흑자가 8000억~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직장인들의 보험료 정산으로 4300억원이 들어오고 불경기 여파로 의료 이용이 감소하면서 계속 흑자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렇게 보험적용을 대폭 늘리고 보험료 수입은 줄이기로 함에 따라 한편에서는 재정에 또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으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번 조치가 연중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이어서 일단 내년 말까지는 1조원 안팎의 누적흑자분으로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이 문제다. 보험이 확대되면 그동안 본인 부담금 때문에 병원에 못 가던 사람이 의사를 찾게 마련이다. 이럴 경우 의료 이용이 생각보다 훨씬 늘 수 있다.

그래서 2006년에는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따라 늘어나는 추가부담이 당초 예상한 1조5000억원을 크게 초과할 수 있다. 결국 그 돈은 보험료 인상으로 막아야 하는데 쉽지마는 않다. 한 번 보험을 적용하면 발을 빼기가 더 힘들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