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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블링컨 文예방직전 2차 담화 "기회는 다시 없다" 압박

중앙일보

입력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이 18일 “싱가포르나 하노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미국에) 주지않을 것임을명백히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최 제1 부상 명의로 전날(17일) 작성한 담화를 이날 공개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8개월 만에 담화 #16일 김여정 이어 이틀만에 압박 수위 높여 #이메일 등 미국의 실무접촉 제안 사실 공개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 않으면 안만난다" #문대통령과 블링컨에 직접 메시지

북한의 대미협상을 촐괄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17일자로 작성된 담화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중 나와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미협상을 촐괄하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17일자로 작성된 담화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한중 나와 눈길을 끈다. [연합뉴스]

그는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제1 부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에 나서는 등 미국과의 협상을 챙기는 실무책임자다. 최 제1 부상 명의의 담화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여 만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는 “미국이 2월 중순부터 뉴욕을 비롯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 여러 경로로 접촉해왔다”며 “합동군사연습을 벌여 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줄곧 미국의 입장 전환을 요구해 왔다.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 북한이 회담을 결렬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최 제1 부상의 주장 역시 새로울 게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단, 최 제1 부상의 언급이 눈길을 끄는 건 문재인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방관ㆍ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면담 7시간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대화에 뜻이 없다면 최근 미국의 대북 접촉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처럼 침묵으로 일관한다”며 “침묵하던 김여정과 최선희가 연이어 등판한 건 미국의 블링컨 장관의 방한 계기에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직간접적인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양 장관이 방한하기 직전엔 김여정이 나서고,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기 7시간여 전에 최선희가 미국의 대북정책 철회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내걸었다는 얘기다. 북한은 반발의 표면적 이유로 한ㆍ미 연합훈련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전처럼 훈련 이전이 아니라 종료(18일)되는 시점에 담화를 내놓은 것도 ‘결정적인 순간’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 리뷰에 무엇보다 관심이 클 것”이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면서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역설적인 북한식 표현을 통해 대북제재 해제 등 협상 조건 마련을 요구하는 자신들의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 부상은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화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북조선 위협’과 ‘완전한 비핵화’, 대북 추가제재 발언이 지속해서 나오고 북한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봉쇄 조치를 비난한 점, 한ㆍ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정탐 등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지속 사례로 꼽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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