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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중수청 "공감"에…대검 "검찰 폐지, 위헌 우려"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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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골자로 한 여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입법안에 서로 상반된 견해를 국회에 제출했다. 대검은 “사실상의 검찰청 폐지”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지만, 법무부는 새 수사권 제도의 안착을 강조하면서도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지난 12일 대검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관계기관 의견서 내용이다.

15일 중수청법 제정안(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률안에 담긴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검사 수사권 삭제,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최근 검찰 수사 관련 국회의 다양한 논의를 존중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는 앞으로도 꾸준히 검토해나가야 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리는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리는 LH 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임현동 기자

법무부는 다만 “새로운 형사사법제도의 안착도 중요하다”며 ▶시한을 정하지 않고 검찰 구성원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논의 과정에서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이 후퇴되지 않아야 하며 ▶시행착오를 피하면서 안정감 있게 개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입법 자체엔 반대하지 않지만, 과정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반면 대검은 법안의 문제점을 열거하며 조목조목 반대했다. 대검은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이라며 “경찰 수사지휘 기능이 없어진 상황에서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요범죄로 국한된 필요 최소한의 검찰 수사 기능마저 박탈해 중대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 유지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국민 다수의 피해와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또 “‘수사 따로, 기소 따로, 재판 따로’의 구조에선 검사가 구속기간 내 공소제기(기소) 여부 결정이 어렵고,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즉각적·실질적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도 댔다.

대검은 이어 “새로운 형사사법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2개월이 경과한 시점에 검찰 수사 기능을 박탈할 명분과 당위성이 전혀 없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능화·조직화·대형화하는 중대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소를 융합하는 추세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및 국제기구, 미국 등 사법 선진국의 입법례와도 상충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을 선발하기 위한 천거 절차가 시작된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대검은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을 선발하기 위한 천거 절차가 시작된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대검은 최근 여권이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 뉴스1

대검은 중수청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헌법은 헌법기관인 검사에게 영장청구 기능(강제수사 기능)을 부여해 인권보호 및 수사주체로 명시했는데, 검사 수사권을 폐지하는 건 헌법상 검사의 기능을 부정하고 검찰제도의 본질과도 상충해 위헌 우려가 있다”면서다.

대검은 “수사는 소추와 공소유지의 준비 활동으로 개념상 분리가 불가능하며, 수사·기소 분리로 공소유지 과정에서 뒤늦게 수사과정의 법률상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무죄 선고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대범죄 수사에 검사의 관여가 차단되면 실효적 형사법 집행이 불가하고 ▶천문학적인 추가 예산 낭비가 불가피하단 논리도 제시했다.

이 같은 대검의 의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직전인 지난 3일까지 취합·정리돼 지난 10일께 법무부에 전달됐다. 법무부는 대검 의견을 법무부의 것과 합치지 않고 별첨 형태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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