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 뿌리서 항암 물질 분리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포도나무 뿌리에서 항암 물질이 분리됐다.

농촌진흥청의 바이오그린21 사업 특용작물연구단(단장 성낙술)은 '캠벨얼리'와 '거봉' 등 우리나라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포도나무 뿌리에 함유된 항암물질 '헤이니아놀 에이(Heyneanal A)'를 분리하는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포도의 씨나 껍질에 항산화성 암 예방 물질인 '레즈버라트롤(Reseratrol)'이 함유된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포도나무 뿌리에서 항암물질을 추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학적으로 레즈버라트롤이 4개 결합한 형태인 헤이니아놀 에이는 특용작물연구단에 참여하고 있는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김성훈 교수팀의 연구 결과 암세포에 직접 작용해 자연 고사시키는 기능과 함께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내피세포의 혈관형성을 저해하는 효능도 지닌 것으로 입증됐다.

김 교수의 동물실험에서도 인위적으로 암세포를 이식시킨 쥐에게 48시간동안 헤이니아놀 에이 5마이크로 몰(몰은 10의 마이너스6승)을 복용시킨 결과 암세포의 농도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

특히 헤이니아놀 에이를 투여한 쥐의 체중이 거의 감소하지 않아 암세포 이외의 다른 세포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김 교수는 밝혔다.

특용작물연구단은 이번 연구 결과를 국제적 학술지인 '라이프 사이언스(Life Sciences)'에 발표했으며 헤이니아놀 에이 분리 기술에 대해 특허줄원중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앞으로 임상연구가 지속적으로 실시돼야겠지만 헤이니아놀 에이가 지니고 있는 암치료 보조제로서의 기능은 확실히 입증됐다" 며 "특히 거의 쓸모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포도나무 뿌리에서 헤이니아놀 에이가 추출돼 앞으로 새로운 농가 소득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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