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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프로 골퍼들 거리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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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훈련 중 용품사 밥차 앞에서 좋아하는 배소현·손연정·박현경(왼쪽부터). [사진 브리지스톤 골프]

훈련 중 용품사 밥차 앞에서 좋아하는 배소현·손연정·박현경(왼쪽부터). [사진 브리지스톤 골프]

올해 대부분의 골프선수는 코로나19 탓에 해외 전지훈련을 못 갔다. 전지훈련 시간 매일 한 라운드는 기본이었는데, 올해는 잔디 밟기도 여의치 않았다. 제주 등지에 훈련 캠프를 차린 선수도 있지만, 날씨는 추웠고, 그린피는 예년보다 비쌌고, 부킹도 어려웠다.

해외전훈 못가 체력 훈련에 집중 #라운드 줄어 실전 감각은 떨어져 #부모 동행으로 이성 교제는 줄어 #용품사 밥차 등 운영하며 홍보도

그래서 선수들은 다니던 연습장이나 아카데미에서 훈련했다. 실전 라운드를 못 한 대신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 몸집을 불리고 거리를 늘린 브라이슨 디섐보, 근육을 기른 뒤 더 탄탄해진 김효주 등의 영향으로 선수들 사이에서는 헬스도 열풍이었다. 아카데미는 대부분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코어 및 체력 훈련 비중을 높였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함께 훈련한 선수도 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배소현은 “운동을 많이 해 스윙 스피드가 시속 4마일 정도 빨라졌고, 거리도 10야드 이상 늘었다”며 좋아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이준석은 “일주일에 7~8시간 헬스와 필라테스를 했다. 운동을 많이 해 밸런스가 좋아져서 올해는 거리를 더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 주니어 선수 아버지는 “우리 아이가 몸이 좋아지고 거리도 늘었는데, 다들 그런 것 같아 비교 우위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라운드 수가 적다 보니 쇼트 게임 감각은 아무래도 부족하다. KLPGA 투어 이승연은 “지난해까지는 겨울에 실전 라운드와 체력 훈련 비율이 7 대 3 정도였는데 올해는 4 대 6으로 역전됐다. 거리는 좀 늘었지만, 감각이 떨어진 건 아쉽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라운드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준석이 필라테스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준석이 필라테스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학생 선수의 부모는 전지훈련비가 굳은 덕분에 부담을 덜었다. 반면 코치들은 겨울 대목이 사라져 울상이다. 한 코치는 “전지훈련비는 선수들이 투어에 나가는 봄에서 가을까지 레슨비 부족분을 메워줬다. 경기도 좋지 않아 레슨비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우리도 보릿고개를 넘는 심정”이라고 푸념했다.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면 기분이 들뜬다. 젊은 선수가 한두 달 붙어 있다 보면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겨울 전지훈련 기간 선수 간 로맨스가 싹트는 경우도 많았다. 마스크까지 쓰고, 부모와 함께 국내에 머문 올해는 아무래도 이성 교제 기회도 적었다.

골프용품 업체는 국내에 모여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마케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브리지스톤은 전국 10여 곳의 아카데미를 돌며 밥차를 운영했다. 이 회사 신용우 이사는 “선수들이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이라 떡볶이, 어묵 등 분식을 마련해 제공했다. 음료 차까지 두 대를 운영했다. 훈련장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라 그런지 선수들 호응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선수 부모는 “전훈을 다녀오면 아무래도 먹는 게 시원치 않아 그런지 체력이 떨어졌는데, 집에서 다니니까 오히려 밥도 잘 먹고 건강해진 것 같다”며 전지훈련 무용론을 폈다. 반면 선수들은 “추운 데서 운동하면 다칠 위험이 크다. 라운드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가 끝나면 전지훈련을 꼭 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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