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투기의원 전수조사" 제안에 野 "해보자, 대신 대통령까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신도시 땅투기 사태의 여파가 11일 ‘국회의원 전수조사’ 논의로 번졌다. 수세에 몰린 더불어민주당이 타개책으로 여야 의원 전수조사를 제안하자 국민의힘은 “해보자”고 동의했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아랫물을 청소하려면 윗물부터 정화해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박병석 국회의장과 야당에 제안했다. 조사 대상에 대해선 “의원은 물론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소유 및 거래현황도 조사하자”고 요구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왼쪽)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뉴스1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왼쪽)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종택 기자, 뉴스1

국민의힘도 동의했다.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제안에 “한번 해보죠. 300명 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직자는 주변 관리를 철저하게 잘해야 한다”며 “공직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 예를 들어 가족 등의 정보를 취득해서 투기 활동을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여야 정치인 모두 전수 조사대상에 포함하고 국회 국정조사도 하자”고 거들었다.

다만,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4·7 보궐선거 서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못할 건 없다”면서도 “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는 개발정보를 가진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부터 전수조사하면 될 것이지 왜 우리 당을 끌고 들어가는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잇따른 땅 투기 의혹에 수세에 몰리자, 전수조사로 야당 의원의 문제도 불거지게 해 물타기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문재인 정부 땅 투기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직접 이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 권 의원은 “과연 전수조사 의도가 과연 순수한 것인가, 아니면 여권 인사만 계속해서 나오니 물타기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국민의힘은 그러면서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넘어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과 청와대 행정관까지 포함하는 전면조사를 요구했다. 특위 위원인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가족들도 전부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경남 양산 농지 매입 관련 의혹, 문 대통령 아들 갭투자 시세 차익 의혹 등을 언급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월 중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 변동 현황이 공개되기에 이번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겠다. 다들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