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이 "건강식품 가게"

중앙일보

입력

"효과가 있을까요."(환자) "관절에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드시면 몸이 좋아질 겁니다."(판매원)

15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H의원. 진료를 마친 한 관절염 환자가 병원 한쪽의 판매대에서 상담을 받고 '글루코사민'이라는 건강기능식품을 한 통 사들고 병원 문을 나선다. 이 병원은 기능식품 판매 전담 직원을 두고 관절 영양제나 비타민 등 50여 가지의 건강기능식품을 팔고 있다. 한달 매출은 300만원 정도 이 병원 원장은 "환자의 질병 및 건강 상태를 고려해 기능식품을 적극적으로 권한다"고 했다. 동네의원과 한의원, 약국들이 건강식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침체로 환자가 줄어들자 불황의 탈출구로 건강식품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1000여개의 동네 의원이 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교육을 받고 판매점 신고를 냈으며, 이달 안에 500개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전망했다. 한의사들도 지금까지 1500명 이상 교육을 마쳤으며, 이 중 상당수가 판매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기능식품 판매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익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A기능식품 유통업체 이모 부장은 "마진율이 30~50%에 이르기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속속 판매점을 열고 있다"고 했다.

기능식품은 4만~6만원대가 가장 많은데 5만원짜리를 팔면 최소한 1만5000원이 생긴다. 진찰료(초진 기준 1만220원)나 조제료(3일 기준 3820원)보다 수입이 훨씬 낫다.

부산에서 개원 중인 윤모씨는 "환자가 줄면서 지금은 진료 수입으로는 병원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기능식품을 취급한다"고 말했다.

의.약사 단체까지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기능식품을 평가해 회원들에게 내년 5월 처방(판매)지침을 주려 하고 있고, 약사회도 성분을 분석해 우수 제품을 회원들에게 추천할 방침이다. 특히 의사협회는 지난해 12월 기능식품을 자신들이 처방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문가가 나서 기능식품 복용을 돕는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반면 환자들이 의.약사의 권유를 뿌리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할 때 환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최은봉 기획이사는 "환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이나 복용법 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이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과의사 이모씨는 "의사들이 권유하면 환자들이 거절하기 쉽지 않아 자칫하면 강매로 비칠 수도 있다"면서 "의료인은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건강기능식품
종전의 건강보조식품과 인삼제품, 비타민제 등의 영양보충용 식품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2조원에 이른다. 종전에는 막연히 몸에 좋은 식품으로 통했으나 인체에 유용한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키토산.클로렐라 등 32개 성분이나 원료를 써야 기능식품이 될 수 있다. 종전엔 건강식품을 아무나 자유롭게 판매했으나 이제는 시.군.구에 신고하고 업주가 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네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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