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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이 짊어진 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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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병주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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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만만치 않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얼마나, 어떤 식으로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짐을 감당해낼지 가늠해볼 만한 결정을 이번 주 한다. 수원지검에서 수사하다 공수처로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직접 수사할지, 검찰이나 다른 기관에 보낼지에 관한 판단이다.

이 사건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수처법 25조 2항에 근거해 공수처의 관할이 됐다.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 수사 대상이다.

이 조항의 취지는 명료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피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무색하게도 수사 당사자인 이 지검장은 공수처로 넘어간 사건을 다시 검찰로 보낼 수 없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앞서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역시 공수처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공수처를 도피처로 삼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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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처장은 “어느 수사기관이 해야 가장 공정한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의 해석과 달리 “(공수처법 24조 3항에 따라) 처장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며 “우리가 직접 수사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수사해서 가장 잘 아는 검찰이 수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현재 자체 검사와 수사관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대로 된 수사인력이 갖춰지려면 4월은 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사건을 원래 검찰 수사팀이 마무리 짓게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수처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직접 수사하는 게 이상적이다. 그사이 차기 검찰총장 후임 인선작업이 진행되겠지만 공정하고 철저히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한 달 정도 “묵힌다”는 비판은 감수해도 된다. 사건을 ‘공수처 1호 수사’로 특정하면서 기존 검찰 수사팀을 파견받는 방법도 있다.

인사청문회 당시 김 처장은 “공수처는 건국 이래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온 체제를 허물고 형사사법시스템의 전환을 가져오는 헌정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흔들리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으며 국민만 바라보겠다”며 “엄정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하던 그의 목소리는 기록으로 보존돼 있다.

문병주 사회에디터